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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봅시다

허미정 기자   
입력 : 2001-06-22  | 수정 : 200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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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의 속삭임' 내가 생각하는 경로사상 설문조사

<상황> 고등학교 3학년인 선혜는 요즘은 기말고사 시험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늦게까지 공부를 한 선혜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탔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 집까지 서 가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를 탄 할아버지는 당연히 선혜가 일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셨지만, 피곤한 선혜는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는 선혜를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청소년들이 이기적이고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구하고 대신 죽음을 당한 청소년, 백형별 걸린 친구를 위해 헌혈 릴레이를 펼치는 청소년들 등 남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0대들의 소식지인 '선재들의 속삭임' 5월호에 실린 '함께 생각해 봅시다' 코너의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우리 청소년들이 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경로사상'이란 주제로 남·여 청소년 400명을 대상으로 상자내용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질문을 해보았다. 설문조사 결과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선혜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60%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선혜는 당연히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하며 그 이유로는 "양보해야 마음도 편하고 웃어른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은 이런 상황과 비슷한 경험(남자 75%, 여자 82%)을 한 적 있었고 대부분은 자리를 양보했다(남자 81% 여자 54%)고 응답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자리를 양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넘는 학생(그림 참조)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강압적인 요구나 지시의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이해와 설득의 눈 높이를 맞춘 수평적인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문제가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교육받고 자란 영향으로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설문조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