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팔풍(八風)’을 극복하려면?

밀교신문   
입력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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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132<안인바라밀>팔풍동전(八風動轉) 못하리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팔풍, 즉 여덟 가지 좋고 나쁜 현상의 경계에 흔들리면서 살아갑니다. 나를 이롭게 하는 이익()도 바람이요, 늙어서 노쇠해지고 손해를 입는 쇠()의 바람, 나를 헐뜯고 비방하는 훼()와 나를 기리고 받드는 예()의 바람, 나를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칭()과 나를 나무라고 꾸짖으며 비난하는 기()의 바람, 나를 괴로움에 멍들게 하는 고()와 나를 편하고 즐겁게 하는 락()의 바람이 팔풍, 즉 인생의 여덟 가지 바람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좋고 싫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얻고 잃어버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편하고 괴롭고, 기쁘고 슬프고 등등의 여러 가지 경계에 접하면서 마치 파도에 흔들리는 나룻배처럼 정처 없이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계의 파도는 크게는 역경계(逆境界)와 순경계(順境界)로 나뉩니다. 역경계란 자기의 뜻을 거스르는 상황에 직면하는 걸 말해요. 자신의 가는 길을 가로막고, 뭐든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번뇌와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반면에 순경계란 내가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일이 슬슬 잘 풀려서 뭐든 즐겁고 편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럴 땐 무척 유쾌하고 즐겁지만, 자칫 기분이 업(up, ?)이 되어서 우쭐하고 흥분된 상태로 마음이 붕 떠 있기 쉽습니다.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될 수도 있어요. 심하면 평정심을 잃고 더 과한 욕심으로 탐욕을 부리게 됩니다. 급기야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결국에는 가속이 붙어서 걷잡을 수 없이 파멸에 이르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니 인생을 정말로 잘 살려면 오히려 잘 풀릴 때를 조심해야 해요. 역경계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이 상황을 잘 넘겨야지…….’하는 마음 때문에 깊이 인내하고 수용하고 또 극복하는 방법을 궁리하게 되지만, 순경계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그 상황에 자석처럼, 어쩌면 무모한 불나방처럼 속절없이 붙들려가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가기가 너무도 어렵습니다.

 

팔풍의 바람이 불어올 때 마음을 태산같이 오롯이 세우고 용맹을 더 세워야 합니다. 모든 것은 인연에서 오기 때문에 이 일이 왜 나한테 이렇게 왔을까를 참회 거리로 삼고 정진하면서 안인하는 인연으로 바꿔낸다면, 또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로 깨어 있는 마음만 가진다면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길이 반드시 열릴 거라고 믿습니다.

 

육자진언 염송 삼매에 깊이 들면 이리저리 휘날리는 경계의 바람은 사라지고 평화롭고 잔잔한 내면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즉시즉시 내려놓고 살아갈 때 새로운 활로 또한 열릴 거예요. 삶의 여정에서 찾아오는 여러 가지 마장들을 지혜롭게 극복하시고 굳건히 용맹과 원력을 세워나가는 진언행자가 되시기 서원합니다.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