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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의 이해 2

밀교신문   
입력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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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석권(手不釋卷)’, ‘위편삼절(韋編三絶)’, ‘형설지공(螢雪之功)’……

 

독서와 관련한 사자성어라 하면, 떠오르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우리가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즉 우리는 좋은 독서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때까지 읽고 외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열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독서 습관은 과거 책이 드문 시기의 독서 방법이었다. 이 시기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오로지 책밖에 없었다. 그래서 책에는 당시 시대가 갖추고 있던 지식과 교양의 정수(精髓)가 담겼고 이를 경전(經傳)이라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은 책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유튜브와 같이 누구나 매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사례도 살펴보았다. 매체의 범람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유튜브다. 설령 누군가 평생 유튜브를 시청하더라도, 전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튜브 한국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1분 동안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의 길이가 무려 40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자료의 양이 늘어날수록, 자료의 질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짜 뉴스와 같은 거짓되고 왜곡된 자료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 거짓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홍수가 나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은 오히려 귀해진다. 마찬가지로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된다.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내용의 출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내용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 자료를 온전히 수용하는 것은 유보한다. 두 번째로 매체를 생산한 의도를 고려한다. 특히 수익을 목적으로 창작된 정보는 올바른 정보 전달보다는 자극적이거나 편향적인 자료로 수요자를 늘리는 것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댓글이나 공감버튼을 활용하여 자료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표현한다. 이는 좋은 자료를 창작한 생산자를 격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체를 이용하는 다른 이용자들에게 자료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시민 다수의 집단 지성이 올바른 정보에 대한 가장 훌륭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매체 생산자들이 신뢰성, 객관성을 갖춘 자료를 생산하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의 중요성은 이미 성현들도 강조한 바 있다. 이황은 비판 없이 단순히 책을 읽고 옮기는 것을 문장을 들은 대로 말하는 나쁜 버릇으로 보고 경계했다. 또한 이이는 책을 읽을 때 선악의 본받을 것과 경계할 만한 것이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석에서 금을 골라낼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시금석(試金石)이다. 오늘날 범람하는 매체에서 금을 판단할 시금석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이 곧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방건희/전 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