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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밀교신문   
입력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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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오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은퇴 후 오십 년의 줄임말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이 53세 전후라고 한다. 그래서 백세 시대와 맞물려 은퇴 후 50년을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가 고민거리가 되었다. 국민연금공단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고갈 예정시기가 2053년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 가고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지는데, 이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재직 중에 은퇴를 대비하여 주식공부를 하고 재테크에 열중하며 자구책을 강구하는 젊은 직장인을 탓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 은퇴하더라도 인생의 반환점을 막 지난 것일 뿐이다. 은퇴 후의 삶은 연장전이 아니라 인생 후반전이 되는 셈이다. 그러기에 직업을 가지고 살았던 지난 삶보다 앞으로의 삶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과거보다 길어진 노후를 대비하려면 은퇴 준비는 더욱 중요하다. 이에 준비를 같이하는 모임들도 자연스레 생기고 있는데, 무려 91,000명이 회원인 카페도 있다. 직접 들어가 보니 게시글도 92,000여 건이나 된다. 고민 글을 올린 회원 중에는 30대들도 있다. 퇴직한 사람들만 가입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공적연금을 보완할 노후자금 형성을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고, 축적의 시간을 늘려가려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한다.

 

재직 중에는 퇴직 이후 삶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은퇴 후 1년 동안 국내외 여행과 맛집, 카페를 찾아다니던 나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 비해 늦어도 너무 많이 늦은 셈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주식을 공부하며 투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10억 만들기 등 은퇴자금을 마련한다는 얘기도 재직 중에는 귓등으로 들었던 것 같다.

 

은퇴 준비는 빨라서 나쁠 것이 없다. 은퇴 후 무엇을 하며 보낼지 미리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에도 청년들의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 분야의 재테크 서적을 읽으며 현역에 있을 때부터 투자를 몸으로 익히는 경우가 늘고 있는 현상은 이런 세태 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퇴직 이후를 미리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생각한다면 은퇴하고 나서가 아니라, 아직 사회에 몸담고 있을 때 꼭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의 시간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생활비 마련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의식을 가진 인생을 준비한다면, 은퇴 후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노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강 유지라고 한다. 건강 유지를 위한 신체적 활동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개인의 은퇴 후 활동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도 어느 정도의 보수가 뒤따르는 일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은퇴 후 50년을 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하면서도 은퇴 후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제2천직(天職)’을 누구나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방건희/전 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