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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밥상머리 파이터 응원

밀교신문   
입력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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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감정이 생기는 설날이다. 사랑이 넘치는 온 가족이 모이는 더없이 좋은 날! 한국인의 새해 첫날! 설레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반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합체인데.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인다면 더없이 행복한 날이 아니더냐?’

 

필자는 홀 사랑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이다. 우리 집은 차례상에 오 탕(다섯 가지 탕)을 올린다. 아버님께서는 차례상에서 오 탕이 사라질까 염려스러우신지 늘 오 탕을 위한 장보기를 손수 하셔서 재래시장에서 대구포와 명태포, 건조 통 명태, 문어, 홍합, 오징어 등을 사 오신다. 보름 전부터 건조 통 명태를 삼등분해 잘라두시고, 대구포, 명태포, 문어, 홍합 등을 예쁘게 다듬어 두신다. 며느리가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신다. 오 탕거리 장보기로 아버님의 명절 소임이 끝나고, 그 외의 모든 일은 모든 일은 맏며느리인 나의 독박 명절 특임이 된다. 명절 당일 두 동서의 방문으로 나의 독박 명절 특임 전선에 지원이 이루어진다. 동트기 시작하면 돼지고기를 삶고, 조기를 굽는다. 30여 년 동안 변화를 해 보고자 했던 나의 수많은 노력은 언제나 독박을 쓰는 걸로 끝이 나버렸다.

 

우리 사회는 법률적으로 남녀가 평등한 사회다. 그러나 명절날 모습은 나의 유년 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어른을 모시는 역할이 특정 자녀에게만 부여되는 시대도 아니고, 법률에 따른 남녀 간의 차이는 없지만, 실제 가족 안에서는 형제자매의 서열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잘못되었고 명절이 되면 부각된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나, 아직 시대를 거스르는 세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끼인 세대는 명절 아우성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나 혼자 참으면 문제가 없다는 개인의 정치학으로 그저 감수한다.

 

차례(茶禮)는 한문에서도 보이듯이 원래 차()를 올리는 예()이다. 고려 말부터 시작된 제사는 조정 중신과 일부 양반들 사이에만 행해지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민간에 널리 장려되었다. 조선시대 명문가 종갓집에서도 간소한 차례 상차림을 올렸다고 한다. 술과 과일, 포에 시절 음식을 차려 술도 한 번만 올리는 간소한 약식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철폐되며 4대 봉사가 보편화되어, 신분제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부자, 서민 할 것 없이 4대 봉사에 집착했고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으로 집안의 세를 과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집안의 세를 과시하는 과도한 차례 준비를 여성의 역할로 규정한 명절문화가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결과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높아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 직후인 2~3, 추석 직후인 10~11월 이혼 건수가 그 전달보다 평균 10%30%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반면 코로나19가 한참 확산하던 2020년에는 가족 간 이동금지로 우리사회 전반으로 명절을 지키지 않아도 무방했었던 시절이어서 그해 2월의 이혼 건수는 8,232건에서 37,296건으로 줄어 이를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왜곡된 명절 문화 특히 가정에서의 남녀 간의 차별이 이혼에 한몫을 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불평등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대물림이 싫은 MZ들은 남녀 간의 불평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결혼을 기피한다. 남성들도 여성이 불행한 명절이 행복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가족문화를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가족문화에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행복한 명절문화 만들기 운동을 하자. 명절 밥상머리를 가족 간 전투의 장이 아닌 행복의 장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도 성과기반 연봉제를 도입하자. 가사나 집안일을 많이 담당하는 며느리나 특정 자녀에게 부모의 재산 상속 권리를 더 많이 보장해 주고, 국가는 이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과 취업에서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가족을 위하는 일은 모두 함께, 함께 하는 부모의 역할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도록 일은 나누고 쉬는 것은 함께 하는 명절이 되게 하자

 

장덕희 교수/위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