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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23호)

편집부   
입력 : 2009-09-25  | 수정 : 20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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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에 추복하는 용산참사 영혼들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온다. 크고 둥글고 찬 만월처럼, 모든 이들이 둥굴고 찬 마음을 가져 이 세상이 달빛처럼 안온하고, 화해롭기를 서원한다. 그러나 올해 한가위를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지 못하는 것은 둥글고 찬 한가위 달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용산참사의 현장이다.

올해 1월말에 빚어진 용산참사로 인해 모두 6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망한지 8개월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막힌 일이다. 법과 상식과 전통이 살아있는 이 나라에 어찌 이런 일이 있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정녕 정의와 양식이 살아있는 것인지, 정치가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안타까운 것은 이와 같은 상황에도 많은 국민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용산참사는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에 항의하여 농성중인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문제는 진압속도였다. 그렇게 인명살상도 무시한 채 몰아부처야 할 만큼 다급했는지,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데는 무슨 일이든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능력이 있어 보이고, 정치력이 있어 보이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사건 이후의 일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면 사후라도 장례절차는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 속히 망자들은 떠나보내야 할 것이 아닌가. 망자를 붙들고 있어야 문제가 해결되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에는 무수한 개발현장이 있고, 곳곳에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철거현장이 있다. 문제는 주민과 조합이 마찰하는 법적인 휴업보상비 3개월과 주거이전비 4개월로는 철거민들이 생계와 주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역개발도 좋지만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철거민들의 절박한 생존요구를 법과 희생으로만 밀어 부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가위 달빛은 여유롭다. 좀 더 속도를 늦추고 더불어 사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일에는 선후본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먼저 망자들의 장례부터 치르게 하자는 것이다. 가난한 서민과 철거민들이 바라는 것이 정녕 물질적인 보상만이 아님을 귀 기울이는 정치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