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39호)

편집부   
입력 : 2010-06-30  | 수정 : 2010-06-30
+ -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이 남긴 것


한국축구가 월드컵 원정 첫 16강의 목표를 달성했다. 목표는 16강 진출이었고, 그 꿈을 이룩했지만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국축구는 많은 국민들에게 긴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특히 8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경기에서 보인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한국축구의 무한한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4강 진출은 자국에서의 경기였다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던데 반해,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16강 진출은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축구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전국에서 펼쳐진 거리응원전은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젊은이들이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은 활력적인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이제 단순한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라, 국민통합과 국력신장을 상징하는 축제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는 국제무대에서 '소프트 파워'라는 국가적인 매력인자로 통한다. 경제나 군사와 같은 물리적 국력 못지 않게 스포츠와 문화는 연성권력으로서 시대의 새로운 국가의 위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축구의 선전에 대해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함께 관심을 보이고 선전을 기원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문제는 젊은이들의 이와 같은 참여의식이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선거나 각종 사회적 이슈에도 변함 없이 발휘되도록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축구에 대해 많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축구가 특출한 한 두 사람의 스타 선수에 의존하는 축구가 아닌, 신뢰와 조직력을 무기로 하는 한국적인 축구로서의 차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축구의 선전을 계기로,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비판과 부정의 구습을 털어 내고 계층 간, 지역 간의 조화를 연출하여 이 땅의 젊은이들과 함께 새로운 한국을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