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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묘미 찾아야

노치윤 기자   
입력 : 2002-04-01  | 수정 : 200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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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1번지인 조계사가 최근 들어 고층빌딩의 숲에 둘러 쌓이고 있다. 강북 최대의 중심가인 종로1가에 자리잡은 혜택(?)으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도심사찰임에도 최소한의 사찰환경을 제 스스로 보호해야 했기에 조계사는 요즘 들어 국세청 신축공사 반대시위, 삼성생명빌딩 고층화 반대시위, 삼양식품 97m 주상복합건물 건축 반대시위 등 각종 시위와 데모로 인해 '전투적인 불자'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삼양식품 신축건물의 경우 3월 26일 종로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 취소를 얻어내 조계사가 투쟁한 시위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건축 예정지였던 (구)삼양식품 정문 앞에서부터 조계사 해탈문까지 작은 인원의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바로 청진동 상인번영회와 청진동 지주회, 청진동 방범위원회원 등 40여명의 청진동 주민들은 '절이 싫으면 조계사가 떠나라'는 말이 안 되는 구호를 외치며 건축허가 취소를 반대했다. 어떤 주민은 "조계사가 어떤 건물주한테 얼마 받고, 또 어떤 건물주한테 얼마 받았는데 우리는 뭐냐"는 식의 항변을 토하기도 했다. 비단 조계사뿐만 아니라 종교시설이 들어선 지역 주민들과 해당 종교기관 사이의 마찰은 암묵적으로 존재해 오고 있다. 상가나 지역주민들 입장에선 종교시설로 인해 땅 값이 점차 하락하고 상가 경쟁력이 떨어져 살 수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심포교를 위해 내려온 종교시설들이 외지로만 빠질 수 없는 문제라 이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주체는 주민이 아니라 해당 종교기관이 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복지 프로그램이나 문화 혜택을 주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종교인들은 '그들이 없다면 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주민들의 불평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종교시설이 들어서서 떨어지는 땅값 보다 더 좋은 혜택을 주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가 아쉽다. nochi99@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