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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추된 위상

이재우 기자   
입력 : 2002-05-06  | 수정 : 200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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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이 업무능력 및 운영미숙 등의 이유로 조계종 측으로부터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국 직원 일괄사퇴 압력을 받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종단협의회 상임이사인 양산 스님이 "사무총장의 역할과 사무국 업무처리 능력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국 직원의 전원 사퇴를 요구한다"는 발언이 제기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 홍파 종단협 사무총장은 "사무국 직원 사퇴는 회장의 고유 권한인데 상임이사가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양산스님은 "사무국 직원 사퇴는 내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회장 스님의 의중이 담겨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와 관련 타 이사 종단에서는 "지금 불교계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와 지구촌 행사인 월드컵과 관련된 사업들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사무국 직원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며 "중요한 시기에 사무국 직원 사퇴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불쾌감을 표명했다. 또 "사무국 직원의 임명권은 분명 종단협 회장에게 있지만 이러한 권한을 남용해서는 종단협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종단협 사무국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발생 할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같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양산 스님이 홍파 사무총장 스님에게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는 하지만 사퇴 파문은 쉽게 수습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보다 타 종단에서 그동안 조계종이 회장종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 썩인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어 종단협 소속 종단과 조계종과의 관계 악화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단협의회는 26개 종단이 모여 만든 협의체 기구이다. 불교종단간의 유대와 협력을 증진하고 불교계의 현안을 공동으로 협의 추진함으로써 불교발전을 이룩한다는 종단협 설립목적에 부합되는 운영을 기대해 본다. sanj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