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36

허일범 교수   
입력 : 2002-11-04  | 수정 : 200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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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륜관음의 상징과 성취법 1. 봉덕사와 여의륜관음상 여의륜관음은 우리나라에서 찿아 보기 힘든 존상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경기도 파주군 봉덕사 경내에는 석조로된 일면육비의 여의륜관음상이 안치되어 있다. 이 존상의 조성연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대략 조선시대말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이 사찰은 사지만이 남아 있었으나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걸처서 대웅전과 요사채가 건립되었다. 대웅전에서 50여미터 떨어진 곳에 안치되어 있는 여의륜관음상은 원래 부터 현재의 자리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보살상은 화강암 재질로 되어 있고, 연엽으로 된 좌대에는 여의륜관음상이 안치되어 있으며, 좌고는 약 90센티정도이다. 후면부에는 석물로 된 광배가 있다. 현재까지 이 관음에 대해서는 전혀 소개된 바가 없으며, 필자가 답사중에 발견하여 본지를 통해서 최초로 공개하게 되었다. 원래 여의륜관음은 육관음의 하나로 밀교에서는 여의륜관음구문지법, 여의륜관음성취법과 같은 별존법이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존격이며, 태장만다라의 관음부에서 성관음의 활동력을 분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존격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성관음이나 천수관음, 준제관음등에 대한 신앙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조선시대에 찬술된 성관자재육자구수선정과 육자대명왕경에 여의륜관음경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여의륜관음에 대한 경궤나 신앙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봉덕사에 여의륜관음상이 조성되고, 사찰내에 안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이 존에 대한 공양법이 행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의륜관음의 존명중에서 여의륜이란 명칭은 관세음보살이 보부의 삼매인 여의보주의 삼매에 들어 가서 손에 여의보주를 들고 괴로움에 허덕이는 중생들에게 출세간의 재보를 베풀고, 그 출세간의 재보인 법시를 통해서 일체중생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이 존을 보부에 속하는 존이라고도 한다. 또한 이 존이 가지고 있는 여의주는 복덕을 출생하고, 법륜은 지혜를 출생시킨다고 하여 이 존은 복지를 구족시켜주는 존격으로 알려져 있다. 2. 존형의 수인과 지물 봉덕사에 있는 여의륜관음상은 여의륜유가염송법의 기술과 일치한다. 이 경궤에 의하면 몸은 금색고, 머리는 보배로 장엄되어 있으며, 여섯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다. 오른쪽의 첫 번째 손은 사유의 손으로 중생을 애민하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손은 여의보를 가지고 중생의 원을 만족시켜 주고, 세 번째 손은 염주를 가지고 중생들의 고뇌를 벗어 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왼쪽의 첫 번째 손의 광명산인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성취를 의미하고, 두 번째 손은 연화를 가지고 모든 비법을 정화하며, 세 번째 손은 법륜을 가지고 무상의 법을 베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이 이 존이 여섯 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육도중생의 구제를 위한 것으로도 받아 들여지고 있다. 원래 육도중생의 구제는 관음의 자비력을 구체화한 것으로 그 활동의 주체를 나타내는 것이 보통 지장보살로 되어 있다. 여기서 지장보살은 여섯의 지장보살로 화현하여 육도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신앙으로 정착되었다. 그런데 여의륜관음의 경우는 화신을 출현시키기 않고, 수인과 지물을 통해서 그 서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사유를 나타내는 손은 지옥, 여의주는 아귀, 염주는 축생, 광명산은 아수라, 연화는 인간, 법륜은 천도중생의 구제를 위한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아마도 봉덕사에 안치되어 있는 여의륜관음상도 이와 같은 존상의 원력을 나타낸 것이며, 사찰의 경내에 안치되어 불도들의 신앙의 대상으로 간주되었고, 그에 따른 수행법이나 의식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만약 이 사찰에서 여의륜관음에 대한 의식이 전승되고 있었다면 육도중생 구제의 신앙뿐만이 아니라 경궤에 의한 구문지법이나 성취법이 행해졌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여튼 우리들은 봉덕사의 여의륜관음상을 통해서 우리나라 관음신앙의 전개에서 나타난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여섯이라는 법수와 관련이 있는 신앙이 관음신앙내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육도중생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신앙중에서 여의륜관음은 수인과 상징을 통해서 여섯가지 서원을 나타내 육도중생을 구제하고, 관세음보살의 구체적인 활동력은 여섯지장을 통해서 육도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본래 관세음보살의 본심진언으로부터 출발한 육자진언은 육자대명왕진언으로 전개되어 독립된 성격을 가진 하나의 문자불 신앙으로 정착되었고, 그 진언의 여섯 글자는 각각 한자 한자에 불과 보살의 공틍이 함장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관음신앙은 성관음, 천수관음, 여의륜관음등의 형상을 통한 신앙과 육자대명왕진언과 같이 전적으로 관음신앙과 결별한 새로운 형태의 신앙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3. 구문지법과 염송법 여의륜관음을 통한 밀교의 성취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여의륜관음에 기원해서 총명함을 발현시키는 구문지법이고, 다른 하나는 이 존을 본존으로하여 죄장을 소멸시키는 염송법이다. 여기서 전자를 여의륜관음구문지법이라고 하며, 후자를 여의륜관음염송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적이나 수행법이 전승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신앙적 실체에 대해서 언급하는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중국에는 불공이 번역한 관자재보살여의륜유가, 여의륜보살염송법등이 전해지고 있으며, 일본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행법과 만다라도 전승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불공이 번역한 경궤가 전해졌고, 봉덕사에 여의륜관음상이 조성되어 안치된 이상, 여의륜관음에 대한 신앙과 수행법이 이 땅에도 전해졌음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이 존이 봉덕사 경내의 노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경궤에 설하는 노천에 존상을 안치하고 단을 만든다는 내용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경궤에 충실한 행법이 당시에 행해지고 있었다는 것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여튼 현단계에서 우리들은 여의륜관음법의 전승이 단절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나라에도 밀교의 경궤에 의거한 여의륜관음의 존상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