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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담그며 세상을 배워요"

손범숙 기자   
입력 : 2002-11-28  | 수정 : 200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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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포기 안 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여중생들의 착한 심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 11월 23일, 김장담그기가 한창인 진선여중 교정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어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고 있는 학생들의 일손을 거들었다. 찬물에 300포기나 되는 배추를 다 씻어내려니, 쌀쌀한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선생님들도 따뜻한 날씨에 내심 안도의 숨을 쉬며, 학생들의 일손을 거들고 나섰다. 올해로 4회 째를 맞는 진선여중의 김장담그기 행사는 일상의 행동에서 다소 어긋난 학생들을 교화, 선도할 목적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보다 못한 이웃을 생각하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이웃의 정을 깨닫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교육인 셈이다. "첫 해 행사를 할 때는 학교 규율에 어긋난 행동으로 행사에 참석한 학생이 32명 정도 됐는데, 올해는 12명으로 1/3 가량이나 줄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 중에는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성적도 향상됐다고 하니, 흐뭇한 마음입니다." 학생부장인 고병원 선생님은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남을 생각하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선여중 학생회(회장 이대인)와 연화학생회(회장 김영지) 임원, 학부모 등 40여 명도 함께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했다. 배추를 씻어내면서 물에 젖은 운동화와 옷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 해 보는 김장이련만 배춧잎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만큼이나 듬뿍 김장 속을 넣는 학생들의 손길은 추운 줄도 모르고, 힘든 줄도 모르는 듯 했다. 하얀 배춧잎에 김장 속을 듬뿍 싸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수업 중이던 다른 학생들도 쉬는 시간만 되면 김치 맛을 보겠다며 앞다투어 찾아와 북새통을 이루었다. "집에서 엄마가 김장할 때는 구경만 했었는데, 막상 해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혼자 힘들게 그 많은 김장을 했을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딸 같은 학생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대견해 하는 어머니, 게다가 제자들의 수고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선생님들까지 이날 김장담그기는 따뜻한 마음이 모인 정겨운 자리였다. 이날 만든 김장은 11월 24일 인근 동사무소 가정복지과에서 추천한 수서지구, 역삼 2동 등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 총 30가구에 15kg씩 학생들이 직접 전달했다. 손범숙 기자 ogong@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