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60

편집부   
입력 : 2017-09-29  | 수정 :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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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때문에 고민이에요.

한 중년 남성이 출근하자마자 떠오른 생각을 잊을까 봐 손가락에 실을 매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결국 퇴근 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신문을 뒤적이다가 손가락에 감긴 실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뭘 하려고 했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대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가 다 되었는데, 그때 마침내 섬광과 같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오늘 집에 가면 일찍 자야지!’ 하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심지어 하루는 부인과 함께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했는데,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마주친 부인에게 “여긴 웬일로 왔느냐?”고 묻더라지 뭡니까? 건망증이 심해도 너무 심한 거지요.

알고 보니 그 부인도 만만치 않더래요. 하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영철이가 전화를 걸어 지금 어디냐고 묻자, 마트에서 장 보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대답했대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아들이 하는 말이, “엄마가 나 마트에 데려왔잖아.”
그제서야 기억이 돌아온 부인 왈, “헐, 거기 꼼짝 말고 있어!”
그런가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기억이 늘 가물가물합니다.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냉장고에서 우유 좀 가져다 달라고 할머니한테 부탁했어요. 혹시 잊을 수 있으니 적어 가지고 가라는 당부와 함께 말이죠.
그러자 할머니 왈,
“내가 치매라도 걸린 줄 알아요? 걱정 말아요.”

잠시 후 할머니가 삶은 계란을 그릇에 담아 가지고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소금은 안 갖고 온 거야. 그러게 적어 가랬잖아!”
깜박깜박하는 증세가 얼마나 심했으면, 하루는 영철이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있더래요. “할아버지께서 어제 『치매에 걸리지 않는 법』이라는 책을 사 오셨다. 오늘 또 사 오셨다......”
이 영철이 할아버지가 하루는 택시를 탔어요. 뒷좌석에 앉아 얼마쯤 가다가 택시기사에게 물었지요.
“기사양반, 내가 어디 가자고 했지요?”
택시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합니다.
“깜짝이야. 손님! 언제 타셨어요?”

건망증, 정말 심각한 일이지요? 정신없는 일상을 살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건망증이 심해져서 휴대전화를 냉장고 안에 넣어두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가끔은 내가 ‘치매’가 일찍 온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더군요. 하지만 사람마다 단점이 있고, 약점도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100%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어요.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서 자꾸 깜박깜박하는 자신을 탓하고 비관하시는 분들께, 어느 책에서 접했던 이 말씀을 소개해드리고 싶군요.
“그 사람의 약점에 그 사람의 영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