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의뢰가 아닌 ‘자주(自主)’로 불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19-07-26 
+ -

 

20190624071637_8fae6c19d0d43f7dc147674f9adb63c3_kqwr.jpg

 

누구나 불자라면 개고기를 즐겨 먹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유난히 개고기를 좋아하는 다섯 명이 보신탕 잘한다는 집에 갔어요. 주문받는 아주머니가 사람을 하나씩 세면서 묻습니다.

 

하나, , ...... 전부 다 개죠?”

 

그러자 다섯 명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

 

자기 인생을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서 살아야지,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개로 살아선 안 되겠지요? 주인공이 누구인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잘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면 그 얼마나 서글픈 삶이 되겠습니까?

 

옆 사람이 나를 간지럽히면 간지러운데 내가 나를 간지럽히면 왜 간지럽지 않은 걸까요? 그건, 자기가 스스로를 간지럽힐 때는 언제 멈출지까지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간지럼을 안 타는 거예요. 하지만 옆 사람이 나를 간지럽히면 언제 멈출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간지럼을 타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자기 결정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두발을 자유롭게 하고 다니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자율적인 의사결정권이 주어진 게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만 하더라도 머리 긴 학생들은 벌을 주거나 심지어 선도부 선생님이 바리깡으로 밀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추억이라면 추억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요.

2005년 인권위에서 권고를 했습니다. 학생의 두발 자유는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나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로서 인정되어야 하며,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두발 제한 규정을 근거로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에 대한 침해라는 겁니다. 학생들에게 참다운 교육을 시키려면 무엇보다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된 합리적 과정과 시스템에 의해서 이루어져야겠지요.

 

간단한 소품이나 가구를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다이(DIY)라고 합니다. 20~30대의 약 20퍼센트가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서 쓰는 다이를 선호한다고 해요. 돈만 조금 더 보태면 시간도 절약하고 더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사서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요? 물론 경기 불황으로 돈을 아끼거나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없어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이유는 심리적인 데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가꿈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캠핑 열풍을 보더라도 알 수 있어요. 편안한 잠자리를 놔두고 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걸까요? 경쟁적이고 억압된 삶 속에서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DIY라든가 캠핑 열풍은 서툴더라도 나만의 것을 만듦으로써 라는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고, 끌려가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려는 자율성의 표현인 셈이지요.

 

불공도 마찬가집니다.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이 되어선 안 돼요. 자기가 중심이 되어 자주적으로 행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의뢰가 아닌 자주적인 불공이 될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불공을 일주일 일주일씩 정해서 속히 증득을 봐야 한다. 선천시대에는 자연의 힘에 의지하여 따라가니 운명적이고, 후천시대에는 인간의 지혜를 개발하여 다스려가니 자주적이다. ()의 시대에는 밖으로부터 좌선(坐禪)을 해야 하고 동()의 시대에는 안으로부터 참회를 해야 한다. (실행론 5-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