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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감독의 추억

밀교신문   
입력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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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학생들의 학업 열기도 익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중간고사 기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한 학기가 다 가고 또한 학생들의 학업 성과는 시험 성적으로 나타나므로 공정한 시험절차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리하여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대책을 논의하고 시험 감독 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필자는 다양한 형태의 시험 감독을 해보면서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을 경험하였지만 시험 기간이 되면 다시 한번 교육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일화가 생각난다. 몇해 전, 시험이 종료 되고 며칠 뒤 학생 몇몇이 찾아와서 시험 시간에 누군가 컨닝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학과에서는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하여 관련 학생들을 면담하고 결국은 전체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였다. 전체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재시험을 치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대화하고 소명할 기회를 주기를 요청하였다. 교수와 전체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컨닝자로 지목된 학생과 고발한 학생들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가며 쌓였던 오해를 풀고 마침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의 화해를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뜻뜻하게 재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보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진정한 교육이란 어떤 것인가를 가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정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정의롭고 윤리적인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사람사이의 신뢰일 것이다. 그런데 교육현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시험 감독제도는 공정한 평가의 도구로서 예로부터 보편적으로 시행되어온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시험감독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닝의 수위는 더욱 높아만 가고 이에 따라 감독 방법도 더욱 철두철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 대학생 때는 감독하는 교수가 한명이었으나 이제는 학생 사이의 간격을 두고 교수 두 명이 감독하며 책상위에는 하얀 종이를 깔아서 컨닝의 요소들을 차단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태들은 우리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 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공정한 시험이란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는 행위이며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근래 우리나라의 몇몇 중.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무감독 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무감독 시험제도는 학생들이 타인에 의한 감시나 통제없이 스스로 통제권을 가지면서 시험을 치르는 형태로써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사회적 책임의식 및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감독 시험은 아무래도 객관식 보다는 서술식 시험 형태에 적용하기가 수월하며 이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 향상에도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무감독 시험제도의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적인 공정성은 내적 양심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직된 시스템 속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박현주 교수/위덕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