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인연을 이어나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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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교제하고 있거나 과거에 연애 관계에 있던 둘 중 한 명이 폭력을 쓰는 경우를 데이트폭력이라고 한다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이 데이트폭력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교제하다가도 인연이 안 되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해요. 끝내 못 놔주겠다면서 싫다는 사람을 원망하고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니, 대체 뭘 믿고 사람을 만나겠습니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점점 희박한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를 배신했어요. 배신했는데, 동의 없이 배신했단 말이지요. 같이 헤어지자 하고서 헤어지면 괜찮은데, 동의도 없이 한 쪽이 말없이 배신하면 그 원망하는 마음을 5년이고, 10년이고 삭이질 못하는 거예요. 인간이 쌓아온 감정의 교류라는 것은 이렇게 미묘하고 집요한 겁니다. 그래서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 정말 죽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고, 이걸 행동으로 옮기면 이제 범죄가 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는 과연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해야 할까요?

 

모든 인연 관계는 곱게 포장된 선물 상자 리본을 풀 듯이 소중하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예요.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을 구박하는 어느 주부가 있었답니다. 이 부인은 말끝마다 당신이 뭘 알아?”라며 남편을 무시했어요. 하긴, 이렇게 무시하게 된 데는 남편이 돈을 헤프게 쓰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책임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항상 분을 삭이지 못하고 진심이 그득한 마음으로 살았던 거예요.

어느 날 병원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위독하니 빨리 오라는 연락이었어요. 부인은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남편이 죽어서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허구한 날 남편을 구박했지만, 막상 죽은 남편을 보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지요. 부인은 죽은 남편을 부여잡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천을 내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 아직 안 죽었어!”

그러자 깜짝 놀란 부인은 울음을 뚝 그치며 남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당신이 뭘 알아? 의사가 죽었다는데?!”

 

평소에 구업을 반복해서 지어놓으면,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까지 구업을 또 짓게 되어 있어요. 남편이 얼마나 미웠으면 차라리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요? 물론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자기 잘못을 찾아보고 참회해야겠지만, 부인이 남편을 미워해서 스스로 생긴 괴로운 마음은 부인의 몫입니다. 평소에 남편에 대해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 진심을 내고 가슴에 상처를 주었던 어리석은 인연을 돌아봐야 해요.

 

지중한 인연을 서로 원망하는 관계로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수행해나가야 할까요? 우선 탐심부터 없애야 합니다. 좀 더 나아가자면 바라는 마음자체를 없애 가야 해요. 일체의 바라는 마음을 없애고 주는 마음만 키워가는 것이 마음공부의 기본입니다. 남편과 자식에게 바라는 마음을 접고 오직 내가 해 줄 것만 생각하는 연습을 해 보는 거예요. 남편이 집안일을 좀 거들어주지 않는가, 자식들이 나에게 뭘 좀 해 주지 않는가 하는 마음을 다 없애야 합니다. 오직 내가 할 도리만 다하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에요. 그러던 중에 남편과 자식이 나를 도우면 그건 덤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살면 진심이 일어날 수가 없을 거예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讐怨)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실행론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