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외로운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20-02-17 
+ -


thumb-20200131092010_61fe9167aaa8ba5690cff290602e82c4_kg62_220x.jpg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국이 난리입니다. 사스(SARS)메르스(MERS)가 한창이었을 때 국민 모두가 얼마나 불안에 떨었습니까?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특성과 숙주에 따라 호흡기와 소화기 감염병을 유발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예요. 실제로 전염병은 인류 역사에 있어 아주 치명적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흑사병의 경우, 이 병으로 인해 1300년경을 전후로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희생된 적도 있었어요. 도시에 따라서는 전체 인구의 90프로가 사망한 곳도 있었고, 영국 같은 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인데, 이 페스트균은 쥐가 숙주입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돼요. 하지만 당시의 의학과 과학 수준으로서는 이 병이 왜 생기는 건지 몰랐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죄 없는 나병 환자라든가 거지, 유대인, 외국인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집단 폭력을 가하거나 학살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어리석은 폭력을 요즘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고 부르잖아요? 일어난 현상에 대해 여실히 알지 못하는 이러한 무지(無知)는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려 결국에는 파멸로 몰고 갑니다.

 

그런데 이 마녀사냥의 징조가 최근에 국내에 나타나고 있어요. 이른바 온라인 마녀사냥입니다. 우한폐렴코로나바이러스가 화제가 되다 보니, 인터넷상에 국내의 중국인들을 멸시하는 글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더라고요. 어떤 학생은 편의점에서 몇몇 중국인들을 발견하고는 그 길로 코를 틀어막고 곧장 뛰쳐나와 보란 듯이 집으로 내달렸다더군요. 아니, 그 사람들이 확진자일 가능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전염병이라고 하는 게 무슨 눈길만 마주쳤다고 해서 갑자기 열이 나고 몸에 붉은 반점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별생각 없이 대처한 나의 행동 하나에 상대가 느꼈을 모멸감도 생각해봐야겠지요.

 

예전에 관동대지진(1923)이 일어나 패닉이 되었을 때 일본인들이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에게 어떻게 대했습니까? 우물에 독을 타서 자기들을 죽이려 한다느니, 조선인들이 곳곳에 방화를 한다느니,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느니,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렸어요. 사회불안을 틈타 난무한 이러한 근거 없는 낭설로 인해 당시 현지 조선인의 3~6천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이러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 아닙니까. 적어도 후손들만큼은 가해자의 입장이 되었든, 아니면 피해자의 입장이 되었든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되겠지요.

 

의심암귀(疑心暗鬼)’란 말이 있습니다. 의심은 망상을 낳지요. 일단 의심을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옛날에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는데 이웃집 아이가 훔쳐 갔을 거라고 의심을 했어요. 일단 의심을 하고 보니, 그놈의 걸음걸이를 봐도 도끼 훔친 사람의 걸음걸이 같고, 안색이며 말투며 행동거지가 모두 의심스럽기 짝이 없더라는 거지요. 그런데 아뿔싸, 며칠 뒤 도끼를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지 뭡니까. 그제서야 그 사람은 의심이란 것이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로구나하고 깨달았답니다. 그 이후로 이웃집 아이를 다시 보니, 아이에게서는 도끼를 훔친 사람 같은 모습은 전혀 찾을 수가 없더라는 거예요.

 

이렇듯 의심이 많은 것이 바로 중생의 병입니다. 현대인들이 외로운 느낌에 시달리는 것은 이처럼 사람에 대한 믿음에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을 거예요. 누군가를 믿어주고 끊임없이 서원하며 응원해주는 일, 인간이 살아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서로 간의 은혜를 자각하지 못하는 중생의 현실을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셨을지, 그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지혜 없는 사람들은 선후 이치 모르고서 오탁악세 동업중생(同業衆生) 다스리는 선방편(善方便)을 의심하고 또한 도로 비방함이 많으니라.”<실행론 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