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영화 감기와 코로나바이러스

밀교신문   
입력 : 2020-03-06 
+ -

 

thumb-20191230091535_9432395116bc6b6961f98fb24dc951bd_fhud_220x.jpg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믿기지 않는 이 현실 앞에 지금의 사태를 말해주듯 2013년에 개봉된 영화감기가 떠올랐다. 영화는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그 후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하는 데서 전개된다. 피를 토하며 죽어나가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바이러스의 이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급기야 분당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금의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과 이에 대한 대구봉쇄 여론의 형성과도 유사한 상상과 현실간의 거리-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이 상황에 대처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숙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분당의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그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사투가 전개된다. 경찰차에 가로막힌 도로, 도시를 탈출하고자 하는 시민들, 북새통을 이룬 병원과 마트,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지금의 인적 없는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 없는 얼굴과 오브랩 되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전쟁 이외에 지구상의 가장 큰 재난을 꼽으라면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과 같은 전염병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도 무차별 매스를 가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을 포크레인으로 찍어서 죽은 자들의 무리 속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장 가슴아팠던 장면은 감염자들을 생매장하는 군인과 생매장 당하러 가던 엄마의 만남으로 결국 아들은 방독면을 벗고 엄마를 끌어안으며 오열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1937년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그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비슷한 모양의 바이러스들이 가금류뿐 아니라 개, , 고양이, , 말 등의 짐승에게도 발견되었으며 사람에게서는 1960년대 감기 환자를 조사하던 중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별 존재감 없이 지내왔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 물질로 RNA를 가지는데 RNADNA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고 변이가 심해 지난 십여 년간 사스와 메르스와 같은 변종을 탄생시켰다. RNA 바이러스 특성상 코로나바이러스는 번식이 빠르고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백신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다가와 함께 숨 쉬며 생활하는 바이러스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동물의 집단사육이라는 욕심이 우리들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고.’

 

영화는 지역사회 감염사태에 대처하는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이에 대한 분당시민들의 분노와 폭동,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사랑과 결단력, 그리고 극적인 백신 개발로 긍정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영화 감기는 혼란의 사태에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감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리더의 냉철한 판단력은 구성원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의해 발휘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지금은 분명 혼란의 사태이지만 매일매일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식은 코로나19를 대처하는 우리국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진다. 현실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백신 개발이 이루어져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박현주 교수/위덕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