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 동업중생으로서 어떠한 인연들을 참회해야 할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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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다시 출몰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전염병…….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확진자가 줄고 완치자가 느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집단 감염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 와중에도 자신의 생명을 무릅쓰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료활동과 자원봉사에 매진하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부끄러움과 감사함, 그리고 작은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한 가지 단순한 사실을 새삼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전염병에 걸렸을 때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그 병균은 곧바로 주위 사람에게 전염되고 맙니다. 또 이런 환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병균은 급속히 전파되어 멀쩡하던 사람까지도 병에 걸리게 하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병든 환경과 사회에 살게 되면 건강하던 사람도 결국에는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전염병만 타인에게 옮겨지는 걸까요? 아니지요.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 말과 생각, 기운도 타인에게 쉽게 전염됩니다. 타오르는 정열은 아주 뜨겁게 전염되고, 얼음장 같은 냉정은 아주 차갑게 전염이 돼요. 운이 좋은 사람에겐 항상 강한 에너지가 작용해 행복한 사람들이 모이지만, 반대로 에너지가 약해서 실패만 반복하는 사람, 불행과 빈곤, 불운과 악재가 겹치는 사람에게는 그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이들만 모여 지옥을 방불케 하는 현실로 치닫게 됩니다.

 

연기(緣起)의 가르침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인과에 의해 형성되고 또 소멸합니다. <잡아함경>노경(盧經)’에는 이러한 연기에 관한 비유가 소개되어 있어요. , 세 묶음의 갈대를 빈 땅에 세울 때 서로 맞닿아 의지하도록 해야만 쓰러지지 않듯이,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서로 관계를 지니며 존재한다는 겁니다. 만약 세 묶음의 갈대에서 그 하나를 빼버리면 둘도 서지 못하고, 만일 둘을 다 빼버리면 하나도 서지 못하게 되니, 서로서로 의지해야만 설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듯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으며 비슷한 업을 지으며 사는 인연을 불가에는 동업중생(同業衆生)이라고 부르지요.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업중생으로서 우리는 과연 과거의 어떠한 인연들을 살피고 참회해야 할까요?

 

첫째, 거친 충동과 무의미한 쾌락,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탐욕과 갈망의 노예가 되어 살았던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둘째, 이익을 위해 생명을 살상했던 전쟁의 과오를 참회해야 합니다. 20세기에 적어도 15백 명에서 많게는 17천만 명의 무고한 생명이 전쟁에서 살해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응징과 보복으로서 자행된 테러 뒤에는 늘 애도하는 가족과 친척, 분노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전쟁이 촉발되면 사람들은 그저 상대 집단의 구성원을 해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살생을 묵인하고 합리화하는 잔인하고도 맹목적인 다수가 되어버렸던 겁니다.

 

셋째, 상대를 더럽다거나 추하다거나 비천하다는 등 분별의 올가미를 덮어씌우고 불가촉천민 취급하여 때론 격리하고 때론 추방했던 세습적 계급의식의 병폐를 다시금 인식해야 합니다. 상대가 나보다 못할 때 우리는 상대에게 모욕감을 준다든지, 왜 그렇게밖에 못 하느냐며 타박을 한다든지, 상대가 소외감과 굴욕감을 느끼도록 일부러 따돌리는 등, 소위 갑질의 악업을 짓잖아요. 이렇게 남을 자꾸 소외시키는 업을 지으면, 언젠가는 본인도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한 인연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동업중생으로서의 참회에 대해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어떻게 설하셨는지, 그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사바의 중생은 동업중생이다. 부처님은 우리 인간을 화도(化導)하기 위하여 불법(佛法)을 설하였다. 경의 말씀은 인간중심의 가르침이다. 인간의 생명은 참회기간이고 희생적인 정신이 불법정신(佛法精神)이다.”<실행론 5-3-9()>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