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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듯이 우리 일상도 피어나길

밀교신문   
입력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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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공포감이 실린 긴급 안전문자가 또 울렸습니다. 다음 주 출근조차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우리 일상에 침투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TV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치솟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극명하게 드러나는 나라별 대처법, 어수선한 분위기 속, 코로나바이러스에게 일상을 내어주고 집 안에서 웅크리며 잠잠해지길 기다릴 뿐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일시 멈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많은 것이 잠시 멈췄습니다. 정치적인 움직임, 경제적 손실, 외교 문제 등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 대신, 소소한 일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나의 첫 재택근무
직장인 5년 차, 3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확진자가 없는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의 발 빠른 대응으로 전 직원 모두 원격근무체제로 돌입했고 업무에 필요한 모니터, 컴퓨터 등 중대형 장비를 갖고 올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습니다. 사무실에서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입구엔 열 감지기를, 곳곳에 비치된 손 세정제, 공용 공간 방역작업을 매일 진행해 준 덕분에 사태의 심각성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고, 친절한 원격근무 가이드 공지 덕분에 처음 해보는 원격근무지만 큰 어려움 없이 업무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임직원 가족에게 마스크를 지원해준 소식에 나뿐 아니라 내 가족도 보호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출퇴근 이동 시간과 불필요한 준비하는 시간이 사라진 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지옥 같던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는 건 좋지만 이동 자체가 없으니 기본 운동량도 채우지 못하고 출퇴근하며 듣던 음악, 팟캐스트, 독서 시간 역시 덩달아 멀어진 것은 안타까운 점입니다. 실제로 재택근무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출퇴근 시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루틴이 깨져 음원 이용량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야 영업이 되는 영화관, 식당, 콘서트 등 직격탄을 맞는 업계를 보면서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는 경제 흐름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다행히 IT업계다 보니 원격근무로 대부분 업무는 소화할 수 있지만, 업무와 무관한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지자 얼굴을 마주 보고 안부를 묻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그리워지고 사회생활에서 정서적 교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밖에서 하는 사회생활이 단절된 만큼 집 안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시간이 없어서 미루었던 집안일을 나눴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영웅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으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지원해주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양보하는 모습, 예방수칙을 쉽게 이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웹툰 작가들이 <다함께 이겨내요> 캠페인을 통해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생애 첫 5부제를 경험하면서 아침에 마스크 두 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꾸물꾸물 올라옵니다. 사회적 거리를 두라는 지침과 달리 줄지어 서 있는 상반된 모습에 답답하고 짜증 나는 마음이었지만, 이내 의연하게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그토록 갈망하던 선진국이 바로 우리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전방에서 치료하고 방역하는 분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상을 위해 밤낮으로 택배를 나르는 분, 자원 봉사하러 나선 의료진들, 기꺼이 희생하고 나누는 감동적인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단결하고 희생하는 마음을 가진 우리 모두가 영웅이었습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어린아이들이 자기 얼굴 크기만 한 마스크를 낀 모습을 보며 이런 시기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돌아보며 봄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처럼 우리 일상도 피어나길 서원합니다.

 

양유진/네이버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