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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호-물리적 거리 두기와 인간관계

밀교신문   
입력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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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지만 뜻하지 않게 인간관계마저 소홀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래서 사회적 단절로 해석될 수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용어보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바꾸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표현은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 나오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거리 중 3단계인 사회적 거리에서 가져온 듯하다. 저자는 사회생활을 할 때 유지하는 거리로 120~360Cm 정도를 제시했다. 아울러 가족이나 연인 사이 같은 밀접한 거리46Cm 이하를,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인 개인적 거리도 제시했다. 지금은 감염병 종식을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로 건강 거리 2m 유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종교계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취지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에 적극 참여 중이다.

 

한편, ··고교의 온라인 개학, 대학의 사이버 강의, 직장의 재택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부작용도 생겨난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현상이다. 사회 활동 위축과 고립의 장기화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개인화 시대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부대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팬데믹(세계 대유행) 상황에서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종교계의 역할이 강조된다. 누구나 현재의 고통과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법회만으로는 대중 동참 불사의 힘을 얻기는 어렵다. 그래서 진각종은 기쁨과 행복도, 슬픔과 외로움도 함께 나누는 호감 거리에 존재하는 실천불교를 강조한다.

 

사람은 고통이 없다면 더 큰 위험에 대비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자신을 돌아보라는 경고신호이니 달게 받자. 그러면서 얼른 불교의 도움을 받아 살아온 삶의 얼룩들을 닦아내 보자. 바이러스 공포가 데려온 외로움, 일자리 불안, 불확실한 미래 등이 고민이라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겨 따뜻한 기운을 만나는 움직임을 해보자.  

 

사람은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불교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본질을 깨닫도록 도와줄 것이다. 타인을 통해서 나를 보고, 타인의 아픔에 주파수를 맞춰서 고통을 소멸하는 수행법이 여기 있다. 각기 다른 공간에 존재하더라도 마음의 거리를 가까이하는 생활불교, 실천불교수행법으로 인간관계를 회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