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고로움과 인내를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하나요?

밀교신문   
입력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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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신규 취업한 청년 201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취업 이후 3년간 첫 직장을 유지한 청년은 전체의 37%에 그쳤고, 나머지 63%는 이직이나 실직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직장생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 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작은 수고로움도 이겨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닌가 해요.

 

인간의 현실 생활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예술은 일회성 행위로 인한 우연의 소산이 아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각고의 결정체라 할 만하지요. 우리가 잘 아는 로댕의 이라는 작품은 걸작으로 유명합니다. 그 손을 완성하기 위해 로댕은 100여 종류가 넘는 손 모양을 창조하고 부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고 해요. 또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루스는 통산 714개의 홈런을 치기 위해 무려 1,330번의 삼진아웃을 당했다고 합니다. 한 번의 성공을 이룰 때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본 셈이지요.

 

무사 정권 시대에 일본 천하를 차지했던 사람은 용맹함과 지략을 갖춘 오다 노부나가도 아니었고, 권모술수에 능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아니었어요. 바로 인내심와 느긋함을 갖춘 도쿠가와 이에야스였습니다. 그는 약 300년간의 에도 막부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후에는 손자에 의해 닛코(日光)에 소재한 동조궁(東照宮)이라는 신사(神社)에 안치되었어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신사 정면 벽에 원숭이 세 마리가 조각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원숭이들의 이름은 각각 미자루’, ‘기카자루’, ‘이와자루,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뜻이에요.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해야 하며,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거지요. 마치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2인자 노릇을 감내해야 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이 정도로 인욕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인격자라 할 만하겠지요? 인욕하여 잘 참는 것은 세상을 사는 가장 큰 지혜가 됩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 나무 홈통에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걸 보고 그 물을 마셨습니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홈통에게 말했어요.

 

이제 실컷 마셨으니 물아, 이젠 더 이상 흐르지 말아라.”

 

그러나 물은 여전히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화를 내면서 말했어요.

 

실컷 마셨으니 그만 흐르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흐르는가? 이 어리석은 물 같으니라고!”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네야말로 어리석구먼. 자네가 떠나면 그만인데 흐르는 물을 보고 왜 멈추라 하는가?!”

 

나를 비방하는 많은 이들의 입을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 귀를 잠시 닫아 놓으면 그만이에요. 신발을 젖지 않게 하려고 땅 전체에 비닐을 깔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냥 내 발에 장화를 덮어씌우면 그만이거든요. 아무리 보시를 베풀고 수행 공덕을 쌓아 올렸다 하더라도 한순간의 진심과 분노로 인해 그 도덕적인 품성은 모두 파괴될 수 있습니다. 정신 수행을 방해하는 악행 중에서 분노와 진심(嗔心)만큼 파괴적인 것은 없거든요. 그런가 하면 반대로 인내만 한 속죄도 없습니다.

 

고행과 인욕을 왜 실천해야 하는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어려운 고행을 왜 해야 하는가? 나쁜 것을 몰아내고 좋은 법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욕하는 사람은 욕을 하지 말고 참아야 하며, 투도하는 사람은 투도하지 말고 참아야 하며, 남을 경만하는 자는 경만함을 참아야 한다. 우치하고 미련하고 게으르고 삿된 것을 모두 몰아내면 곡식 곁에 난 풀을 뽑아 그 곡식이 잘되게 하듯이 선()이 그 자리에 자라나게 된다.” (4-4-3)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