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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은 나의 부처님

밀교신문   
입력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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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걸 보면, 어느새 온 세상이 무더위의 한 가운데로 돌입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몰고 오는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고 신도님들과의 대면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여서 봄은 언제 지나갔는지 느낌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 않아 올여름이 시작되는 날, 희망을 주면서도 참 재미있는 지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6백 마지기라는 대규모 호밀 농사를 짓는 어떤 분이 자기 농장에 잡초 공적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농사짓는 이가 잡초를 기려 공적비까지 세웠다니, 자그마한 텃밭 농사라도 지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릴 일입니다. 잡초는 뽑고 또 뽑아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애써 가꾼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참으로 필요 없고 미운 존재이며 게다가 장마철이 되어 잠시 손을 놓으면 잡초가 마치 제 땅인 양 무성하게 자라납니다. 그런데 공적비라니 얼른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 겁니다. 농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흔히 잡초를 없애야 할 대상, 필요 없는 존재로 평가절하하는데 사실 잡초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30년 전, 그가 농사를 지으려고 마련한 땅에 엄청난 양의 농약과 비료를 살포했기 때문에 그 넓은 벌판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비라도 좀 내리면 흙이 다 쓸려 내려갈 정도로 황폐했습니다. 어김없이 장마철이 다가왔고 농부는 이제 다 틀렸다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장마가 끝난 후 밭의 흙이 다 휩쓸려 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그 귀한 흙을 움켜잡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난 비에도 땅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잡초 덕분이었던 것이지요. 그 잡초를 보면서 농부는 생각했답니다. 태초부터 지구를 지켜온 잡초를 무조건 미워하거나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귀한 존재임을 알고 잡초 공적비를 세우기로 한 것입니다.

 

어느 심인당에서 교화할 때의 일입니다. 한 보살님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수님 저는 이제 이 심인당에 오기 싫어요. 혹시 다른 심인당에 나가도 될까요?”

 

아니 왜요?”

 

여기에 너무 미운 사람이 있어서요.”

 

그 미운 사람을 위해서 진리로 염송을 해보시던가, 혹시 현실로 그분과 대화로 풀어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안 될 것 같아요. 심인당에 오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부처님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왜 그리 자기중심적인지 심인당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 밉고 못마땅해요.”

 

다른 심인당에 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보살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보살님의 힘든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보살님이 다른 곳에 가셔도 또 미운 사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심인당이든, 절이든, 교회든 다양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부대끼며 수행하는 곳이 아닌가요? 어디에 가시든 보살님의 마음에 딱 맞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랍니다.’그건 알지만그리고 부처님께서 경계하고 강조하신 것 중에 분노하지 말라는 말씀을 보살님이 먼저 스스로 어기고 있잖아요. 미운 생각을 하면 자신만 힘들게 됩니다.

 

 미운 사람을 다시는 보지 않더라도 그 미움은 마음에 남아 있게 되어서 계속 미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답니다. 그러니 지금 보살님이 가지고 있는 미움부터 해결해야 해요. 모든 문제는 밖에 있지 않고 내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회당대종사님께서 미운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생각하라고 하셨지요?’

 

 미운사람은 나의 수행을 돕는 부처님이라고

  

그래요. 잘 알고 계시네요. 농작물을 괴롭혀 농부를 화내게 하는 잡초도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답니다.

 

 논밭의 잡초처럼 미운 사람도 가만히 살펴보면 보살님의 수행에 도움을 주는 분이라는 걸 잊지 마시고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사실 남이 주는 처방전은 없습니다. 스스로 부처님을 처음 찾았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참회하고 정진하여 깨쳐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며칠 후 오후 3시쯤 자성일도 아닌데 누군가가 심인당에서 낭랑하게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저의 법상 위에는 예쁜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회당대종사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법문하셨습니다.

 

이 마음이 청정하면 일체가 다 청정하고/이 마음이 망념 되면 일체가 다 허물된다./내 마음이 넓고 크면 삼라만상 수용 되고/내 마음이 옹졸하면 겨자씨도 수용 못해/이 마음이 모가 나면 무여 중생 유익 못해/허물로써 바라보면 상대자가 미워지고/자성청정 밝아지니 상대자가 부처로다.<실행론 3,3,5,()-1>

 

이행정 전수/무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