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건 뭘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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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고로 그만 고등학생 딸이 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어요. 딸보다는 덜했지만, 아버지 역시도 목발 없이는 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딸은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 싶을 정도의 열등감에 시달렸어요.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위안이 되어준 사람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딸과 꼭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딸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일일이 상담해줬어요. 아버지의 사랑으로 딸은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지요. 대학 입학식 날, 아버지는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런데 입학식을 끝내고 나오는 찰나에 교문 앞 큰 길가에서 한 꼬마 아이가 차도로 막 뛰어드는 걸 목격했어요. 그런데 순간, 이 딸의 아버지가 갑자기 목발도 없이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더니 차에 부딪히기 직전에 아이를 구했던 겁니다. 딸은 눈을 의심하며 아버지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딸은 너무 놀라서 아빠?!”하고 소리쳤지만, 아버지는 못 들은 척 목발을 양팔에 끼고는 서둘러 먼저 가버렸습니다.

 

그때 딸이 엄마에게 물었어요.

 

?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담담해 보였어요. 그때 엄마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목발이 필요 없었어. 그때 아빠는 사실 팔만 조금 다치셨어. 그런데 4년 동안 보조 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같은 아픔을 가져야만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야.”

 

딸은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얘기하며 딸을 달랬습니다.

 

울지 마. 아빠는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 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 봐서…….”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딸은 그제야 마음 깊이 깨달았습니다.

 

요즘 아동학대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어요.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에 의한 학대가 아니라 부모에 의한 학대라는 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쇠막대기, 프라이팬, 빨래건조대로 아이를 괴롭히고 쇠사슬에 자물쇠까지 채운 뒤 테라스에 묶어두고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만 풀어줬으며, 밥도 하루 한 차례만 주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아니, 의붓아버지는 부모도 아닌가요? 인연 된 모든 자녀는 내 자녀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렇게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

 

아파서 누워 있을 때, 또는 넘어져서 팔을 다쳤을 때 부모님이 가슴 아파하시던 기억, 누구라도 있으실 거예요. 세상의 모든 존재는 부모로부터 출발합니다. 아무리 비가 세차게 내려도 든든한 우산 하나만 들고 걸으면 견딜 만하잖아요? 영원히 나를 받쳐주는 우산 하나, 그건 바로 부모님이 아닐까요? 이제는 그 우산을 우리가 들어야 합니다. 세상을 모두 씌우진 못하더라도 내가 품어야 할 생명을 올곧게 책임지는 일, 부모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비 없이 생명을 학대하여 받게 될 과보는 어떠할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불법에 지극히 수순한 사람은 불보살이 옹호하여 편안하게 모셔 가고 악만 지은 자는 저승사자가 방망이를 들고 와 마구 때리며 지옥으로 끌고 간다. 마음이 병들면 법을 무시하게 되고 고통 가운데 살게 된다.” (실행론 4-10-6)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