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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충전기

밀교신문   
입력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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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부보다 면접 준비가 더 재밌었어요. 당장 취업할 것도 아닌데, 입학하자마자 신입생 때부터 면접 질문 목록을 잔뜩 뽑아 두고 일기 쓰듯 생각을 적곤 했거든요. 내게 맞는 적성과 진로를 찾는 것만큼 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명언이 적힌 명언 달력을 책상 앞에 두고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나 사용 설명서를 만드는 등 나의 하루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부단히 노력했어요.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연습하는 게 아닌, 내 인생의 방향을 잡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게 이후 면접에서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무기가 되었어요. 합격을 보장하는 답변은 모르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오랜 시간 다듬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도 면접 질문을 보면 설레고 나를 향한 물음표가 반가워요.

 

면접에서 꼭 빠지지 않는 질문 중 스트레스 관리법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세요?” 어려운 질문은 아니지만 뻔한 대답을 하기 쉬워요. 무방비 상태로 무턱대고 전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또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거뜬합니다라고 대답해버리면 신뢰감을 줄 수 없으니까요. 당당한 건 좋지만 자칫 자만하게 보일 수 있고요. 혹독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신입이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으로 실수하기 쉬운 함정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차별화된 강점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가 되기도 해요.

 

입사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외부 스트레스도 다양해지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 또한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다행히 저는 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요. 눈을 뜨며 아침 염송으로 하루를 긍정 기운으로 시작하는 엄마를 보며 저만의 충전 루틴을 만들었거든요. 거친 한 주를 마친 금요일 저녁은 욕조 가득 물을 채우고 잔잔한 첼로 연주를 틀어요. 색깔이 고운 탄산 입욕제 하나 뜯어서 작은 사치도 부려보고요. 평일엔 3초 컷 샤워로 머리도 대충 말렸지만, 헤어 트리트먼트를 듬뿍 바르고 헤어 캡을 씌운 채, 마음의 양식을 채워줄 책 한 권을 들고 반신욕으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려요. , 얼굴 가득 팩을 올려두는 것도 잊지 않아요. 온몸을 감싸던 열이 식을 때쯤 욕조 마개를 열어서 내 몸의 찌든 때를 흘려보내면 한 주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개운하고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게 느껴져요.

 

스트레스 없는 삶은 없잖아요. 좋은 일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고, 누구나 크고 작은 저마다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힘들고 지칠 때, 부정하고 거부하며 힘겨워하는 것보다 얼른 마음의 신호를 알아차려 자신에게 회복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을 터득하면 닳고 소모되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내가 어떤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지, 어떻게 하면 피로가 회복되는지, 내 기분이 좋아지는 환경을 조금씩 만들어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세요.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니까요. 면접 질문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대처하세요?’ 대신 어떤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끼세요?’. 오늘 하루도 수고한 여러분의 튼튼한 두 다리, 부지런히 뛴 심장을 위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휴식하시고 100%로 충전된 상태로 내일을 상쾌하게 시작하길 서원합니다.

 

양유진/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