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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八風)과 마음공부

밀교신문   
입력 : 2020-07-13  | 수정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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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음은 변화무쌍하여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깥 대상 경계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 마치 파도에 흔들리는 나룻배처럼 어지러이 움직이는 마음을 붙들기 위해 옴마니반메훔진언을 외우며 마음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인생은 팔풍(八風)에 흔들리며 살아간다.

 

팔풍(八風)이라 함은 여덟 가지 좋고 나쁜 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므로 바람에 비유하여 이름 붙인 것이다.

 

당송시대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의 일화이다.

 

어느 날 불경에도 조예가 깊은 소동파는 여산의 불인(佛印) 선사에게 게송을 하나 써 보내 은근히 유식을 자랑했다.

 

부처님께 머리 조아리니 백호광명이 온 세상을 비춥니다. 여덟 가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단정히 앉은 부처님이라 하겠습니다.(稽首天中天 毫光照大千 八風吹不動 端坐紫金蓮)”

 

이를 본 선사는 간단하게 헛소리라고 해 버렸다. 소동파는 섭섭해서 금산사로 찾아가 이 게송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요?”라며 따졌다.

 

불인선사는 팔풍취부동이라 하더니 헛소리 한마디에 강을 건너오셨구려라며 웃었다. 그는 머쓱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작은 이익과 칭찬에도 싱글벙글하다가 작은 손해와 비난에도 붉으락푸르락한다. 팔풍(八風)은 물질적인 이익(), 힘의 쇠퇴로 생기는 손해 쇠()의 바람, 남의 존경을 받는 명예(), 헐뜯고 비방하는 평판()의 바람, 면전에서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칭()과 나를 나무라고 꾸짖으며 비난하는 기()의 바람, 좋은 일로 생기는 즐거움(), 곤란한 일로 생기는 괴로움()의 여덟 바람이다. 우리들의 마음은 이 팔풍에 끄달려 살아갈 뿐 아니라, 그것에 집착하고 매여 벗어 날 줄 모른다.

 

이익되는 바람을 만나면 탐착하는 마음을 내며, 쇠퇴하는 바람을 만나면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내고, 헐뜯음을 만나면 곧 성내는 마음을 내고 명예로운 바람을 만나면 곧 즐거워하고, 칭찬하면 의심하지 않게 되고, 조롱하면 수치로 인해 분노하게 되고, 괴로운 바람을 만나면 상심하게 되고 즐거운 바람을 만나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갈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거센 팔풍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여덟 바람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어렵다. 그러나 우리 진언행자들은 여덟 바람으로부터 생기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조복 시켜 평상심의 평온한 마음을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염송과 차별 희사로 가능하다.

 

큰아들을 사고로 잃은 각자님이 낯선 남자를 데리고 심인당에 왔다.

 

전수님, 이 사람도 저처럼 자식을 먼저 보내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저는 심인진리 덕에 무상법과 인연법을 깨쳐가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이 사람이 너무 안타까워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눈이 충혈된 남자분은 우리의 이야기를 그냥 멍하니 듣고 있었다.

 

어느 날은 밤늦게 심인당에 불이 켜져 있어 올라가 보니 공무원인 ‘OO이 염송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궁금한 마음에 ‘OO염송이 끝날 때까지 같이 염송을 하였다.

 

전수님, 오늘 저 좋은 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회식도 하고 왔는데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늦은 시간이지만 심인당에 왔어요.”

 

무슨 좋은 일인데요?”

 

~ 부처님 은혜로 오늘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심인당에 들러 기쁜 마음 가라앉히며 은혜로움을 부처님께 돌리는 것도 지혜이지요.”

 

요란스럽게 돌아다니는 마음을 붙들어 육자진언으로 모으면 부처가 된다. (중략) 마음 붙드는 훈련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마음 붙들 줄 아는 사람이 참 수행자이니, 번뇌 망상에 끌려가지 않고 바른 삼밀관행하는 이가 참 보살이며 참 스승이다.’(실행론 3-2-5)

 

부부간의 정이 좋다고 하나 인연 다하면 이별이 기다리고 재물이 좋다고 하나 인연 다하면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놀음이 좋다 하나 명 다하면 이 몸이 없어지니, 가장 즐거운 것은 고락에도 치우지지 않는 정법이다.’(실행론 4-6-3)

 

이치로 아는 것과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마음공부가 깊어져서 팔풍의 바람에 움직이지 않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밝은 지혜로 육자진언 속에 내 마음을 항상 머물게 하는 것이 팔풍부동(八風不動)의 계행이며 평상심이 된다.

 

심법정 전수/유가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