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로서 즐겨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밀교신문   
입력 : 2020-07-28 
+ -

 

thumb-20200622093944_267fe09fbc49bada03e46e11fddf1fda_5lt9_220x.jpg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도시로, 문명의 이기가 연결된 통로를 타고 점차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인류의 편리함을 위해 설계된 문명이지만, 이렇듯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금에는 정작 커다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나아가 또 다른 변종이 발생한다면 지금보다 심각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처음 발병했을 때만 해도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몇 달째 자취를 감추지 않는 이 전염병이라고 하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금 몸서리치게 되네요. 전 세계 일일 확진자가 15만 명을 돌파하면서 내일이면 또 어떻게 바뀔까.’, ‘언제까지 지속될까.’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모두가 생활 리듬이 처지고 기분도 다운되어 그야말로 공포스럽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요즘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인과의 법문에 따르면 중생의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사실과 현상들은 과거 행위의 소산이며 응보입니다. 따라서 인류가 당면한 지금의 불행과 재앙은 모두가 과거로부터 축적된 악행의 과보에 다름 아닌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참회를 해야 이 큰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재앙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차적 원인은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식습관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예요.

 

인간은 오감을 즐기기 위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해칩니다. 특히 네 발 달린 거라면 책상 빼고는 다 잡아먹잖아요? 인간의 식탐을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사육되어 끔찍하게 도살되는 동물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0억 마리가 넘습니다. 현대인들은 매일같이 무엇을 먹을지 궁리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녜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은 고기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를 생각하면서 마치 세 치 혀를 어떻게 즐겁게 할 것인가에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 것 마냥, 먹는 일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게 또한 인간 아닙니까.

 

금강경의 교리에 따르면 오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한 것이 못돼요. 왜냐면 그런 생각이 바로 삶과 죽음에 대한 큰 집착을 낳는 수자상(壽者相)이기 때문입니다. 율장에서는 오후불식(午後不食), 즉 오후에는 식사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요? 인간에게 있어 먹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육재일에 팔계(八戒)를 지니고 복덕을 닦는 전통은 고대 인도에서 유래된 겁니다. ‘는 오전 중에 한 끼 먹고 오후에는 먹거나 마시지 않으며 마음의 부정을 맑히는 의식이에요.

 

불교 이전의 인도 전통으로는 육재일에 악귀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질병을 안겨 준다고 하여 이날이 되면 목욕재계를 하고 오후불식하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가꾸어갈 것인지 살펴볼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율장의 정신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밥보다는 법을 챙기고, 밥그릇보다는 법그릇을 넓힐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일깨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법그릇을 넓히기 위해 우리가 정작 먹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부부간의 정이 좋다고 하나 인연 다하면 이별이 기다리고, 재물이 좋다 하나 인연 다하면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놀음이 좋다 하나 명 다하면 이 몸이 없어지니 가장 즐거운 것은 고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법이다. 이 세상에 가장 맛있는 것은 참된 말實語]이다. 어떠한 맛있는 음식도 우리의 혀를 맛있게 할 수는 없지만 참된 말만은 영원한 맛이 된다.”<실행론4-6-3 ()>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