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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물질보다는 진리의 유산을

밀교신문   
입력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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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날 보살님들을 모시고 신교도님 가정 방문 길에 차창 너머로 재개발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어느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을 낡은 건물들이 헐려 나가고 오래지 않아 그 빈 땅에는 멋진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하면, 왠지 조상님들이 떠오릅니다.

 

 땅을 다져 집을 짓고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던 우리의 조상님들. 그분들이 다지고 개간한 집과 논밭은 곧 우리를 보호하고 먹여 살리는 고마운 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 누리의 들짐승과 날짐승들도 땅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 조상님들은 땅을 곧 생명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면서 소중하게 여겨왔습니다. 땅은 언제나 받드는 대상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땅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땅 투기의 역사는 1966년 강남개발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강남은 개발 전에는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농토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곳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던 농부들에게 개발로 인해 갑작스레 땅값이 몇 배 이상 치솟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농부들은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된 것입니다. 갑자기 큰 부자가 되면 그중에는 탐심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어, 결국 땅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큰 부자가 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진 것은 아닙니다. 더러는 행복은커녕 풍비박산된 집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탐심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가 세상을 뜨자마자 유산 다툼으로 법적 소송까지 이어져 결국 형제들 사이는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이 된 현실을 교화현장에서도 목격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으며 지금까지 신도시가 하나씩 개발될 때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당연히 개발만이 불화의 원인은 아닙니다. 부모의 유산을 놓고 일어나는 자식들 간의 갈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재벌가의 유산 다툼에 대한 보도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곤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재물과 권력에 대한 지나친 집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은 사람을 탐진치로 물들게 하는 강한 속성이 있습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물질입니다. 하지만 진리(부처님의 법)는 그렇지 않습니다. 탐심을 제어하고 자족하고 나누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탐심이 없는 곳에는 불화가 일어날 틈이 없게 됩니다. 진정 자녀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물질적 유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진리의 유산을 남겨주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종조님 열반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종조님께서 생전에 차고 계시던 시계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손목시계가 참 귀하고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장남에게 물려주려 했겠지만, 종조님께서는 팔아서 희사하도록 하셨습니다. 그 결정에 원정각 총인님께서 못내 서운해하셨지만 종조님의 뜻을 헤아리시고 희사하셨다는 일화가 전해 옵니다. 종조님께서 소중했던 것은 역시 남기신 물질이 아니라 그분이 추구했던 진리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하나뿐인 아들 라훌라에게 유산을 남겼습니다. 라훌라에게 형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물질적 유산 또는 지위를 남기셨을 것으로 생각하는 데 아닙니다. 지위나 재물은 금방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들을 사미승으로 만들어 영원한 진리인 깨달음을 상속했습니다. 그 결과 라훌라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밀행제일(密行第一)이 되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게 되었고, 그로부터 약 300년 후에도 부처님을 똑같이 따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인도의 아소카왕입니다. 인도 전역을 장악했던 그에게 재산과 권력이 넘쳐났지만 아소카왕은 자녀들에게 권력이나 물질이 아니라, 부처님과 똑같은 방법으로 유산을 상속합니다. 그의 자녀들은 불법을 따르는 스님이 되었고 스리랑카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하여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불교국가로 남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됩니다.

 

그러하듯, 우리는 자녀들에게 물려줄 참다운 유산이란 쉽게 없어지는 물질이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고 없어지지 않는 진리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진언행자라면 누구나 종조 회당 대종사님 말씀을 바탕으로 물질에 앞서 진리라는 믿음의 유산을 전해주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믿음을 심어 주라. 이 세상에서 귀하다고 하는 모든 보배는 언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 심중에 있는 불심인은 깨치는 그 날부터 보배가 되어 무량겁에 나와 동반하여 간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좋고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루아침에 재가 될 수도 있고, 남에게 빼앗길 수도 있고, 주색잡기 또는 병이나 고통으로 다 탕진되어 없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어찌 참된 재물이며 영원한 안락을 줄 수 있는 보배가 될 것인가. 무겁지도 않고 아무도 빼앗아 갈 수도 없고 한번 얻으면 무량겁의 보고(寶庫)가 되는 심인진리를 모든 사람들이 자식들의 심중에 깊이 심어주어야 한다.”<실행론 396p>

 

이행정 전수/무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