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다.”

코로나19는 ‘민족 대이동’인 추석 문화에도 영향을 끼쳐 고향 큰집에 가지 않고 노트북 등 화면으로 참여하는 ‘비대면 차례’를 지내자고 한다. 또 묘소에 직접 가지 않고 컴퓨터 화면을 보고 성묘하는 상황도 생겨났다.

‘비대면 차례’와 ‘비대면 성묘’ 등의 대안책을 보면서 ‘먼저 온 미래의 명절문화’를 경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조상강도” 법문을 하신 회당대종사의 혜안이 더 크게 다가왔다.

“조상과 부모의 제사를 지키지 못하는 형제나 자손들은 제사 대신 강도를 해야 한다. 자식들이 각각 흩어져 있더라도 이 법이면 다 강도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웃에 살아서 제사지내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넓게 흩어져 살아야 크게 살게 되니 각자가 사는 곳에서 강도하는 것이 크다.”(실행론 3-7-6)

보일 시(示)와 또 차(且)의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가 조상 조(祖)이다. 흔히 조상은 뿌리에 비유하며 자손은 가지와 열매에 비유한다.

조상은 또 본다는 것이다. 무엇을 본다는 것일까?

결국 조상은 자손으로 볼 수 있으며 조상과 자손은 연결되어져 있다.

이것은 지금 ‘나’란 존재가 개별적인 ‘나’로 독립되어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조부모님, 거슬러 올라가 먼 조상에서부터 내려오는 내면의 생명 줄기로 이어진 연속체인 것이다.

우리 조상은 우리와 떨어진 먼 과거가 아니라 나와 나의 자손, 계속해서 그 후대로 이어져 간다.

이 생명 줄기는 나와 자손의 육체와 정신을 얼마나 건강하게 혹은 병약하게 만드는 가의 인연으로 작용하고 있다. 살면서 생기는 수많은 장애나 내 뜻대로 되지 않고 힘들게 하는 모든 고통의 원인은 자신의 업장에서 오는 것이지만, 조상인연에서 오는 것도 있다.

시숙이 죽고 동서 형님이 재가하자 조카를 데려다 돌보며 시숙의 제사까지 지내던 보살님이 계셨다.

어느 날 “전수님, 결혼한 조카한테 자기 아버지 제사를 가져가 지내라고 몇 번을 얘기했었는데, 몇 년을 미루기만 하더니 어제는 찾아와서 제사를 가져가겠다고 하네요.” “갑자기 왜요?” “조카가 택시 운전을 하는데 사고가 잦고, 집에 우환이 자꾸 생기니까 본인도 답답했는지 어디 물으러 갔나 봐요. 그런데 거기서 아버지 제사를 가져와서 정성껏 모시라고 했대요. 그래서 제사를 가져간다고 하더라고요.” “잘 되었네요. 조카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다른 곳으로 재가한 어머니, 부모님에 대한 원망심을 녹여야 본인 일이 잘되고 자녀들이 잘되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억지로라도 아버지 제사를 지내면서 복도 짓고 조상강도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후 조카가 운전사고도 줄어들고 가정도 안정되어지는 것을 보고 조상 제사는 헛된 게 아니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참회불공과 조상을 위한 강도불사를 자주하고 있다.

조상강도는 조상을 조상불(祖上佛)로 받들어 조상을 위해서 강도, 희사하고 염송하는 것이다.

조상제사를 지낼 때도 조상을 죽은 귀신으로 보지 않고, 강도를 올려 조상을 성현이나 법신 부처님 곁에 있는 조상불로 보기 때문에 익은 제사음식을 대신하여 꽃, 과일, 쌀, 차 공양을 올린다.

그리고 선망조상에게 복을 쌓아 주는 것이 추복불사이며, 선망조상을 위하여 선업을 짓는 것이 추선불사이다.

추복(追福)이나 추선(追善)은 모두 다 죽은 조상, 부모님을 위해 남은 자손들이 효순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실천행이다.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드는 바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 핵심 가르침이다. 조상강도 역시 부모와 조상을 위한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내 마음에 효순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조상, 부모의 해탈문이 열리지 않음으로 우리들은 끊임없이 청정한 본심으로 조상강도를 하여 부모님과 조상의 은혜를 갚음과 동시에 자손들에게 유전되어진 죄업의 인과를 소멸할 수 있다.

나의 정성과 참회는 선망부모를 해탈시키며 자손 창성의 공덕을 만드는 것이다.

“부모 지심 참회하면 자손 창성 충효하고 자손지심 참회하면 선망부모 해탈한다.”(진각교전P117)

“조상위해 추선하여 부모은혜 모두 갚고”(진각교전 P148)

나는 조상이며 자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