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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그 아름다운 행보

밀교신문   
입력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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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참 높고 맑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이면 저만치 바라보이는 구름, 달과 별들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다. 머리도 가슴도 텅 비어 지는 느낌이다.

 

호숫가에 앉아 마스크를 착용한 등산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바이러스와의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의 일선에 서 있는 간호사들이 떠오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간호사들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도 일하게 되었다. 차에 탄 채로 동선을 따라 접수부터 문진, 체온 측정, 검체 채취, 소독 등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세계 언론이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꽃샘추위의 칼바람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를 위하여 선별진료소 간호사들은 방호복과 N95 마스크, 모자, 장갑, 덧신으로 무장을 하고 일선에 섰다. 방호복은 벗는 과정에서 자칫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입고 나면 근무 내내 벗기가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방호복 부족으로 간호사들은 생리적 현상까지 참아가면서 일해야 했고 자연히 물과 음식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는 극기의 과정도 겪어야 했다.

 

이러한 간호사들의 이타적 행위가 어찌 국내에서만 이루어졌을까.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간호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에 대항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게 됐다고 했다. “나의 시간들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보호복을 착용하고 벗을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샨 간호사의 말속에서 자신을 불태워 환자를 간호하려는 간호사의 정신이 절절하게 전해져왔다.

 

코로나19 환자 선별과 입원 환자 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고도의 업무 스트레스와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중 삼중으로 전신이 차단된 레벨D 방호복 안의 땀과 열기로 피부가 짓무르고 고글 착용의 답답함으로 숨이 막혀 가슴이 터질 것 같으며 마스크 안으로 흘러내리는 자신의 콧물을 마셔가면서 몇 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신체적 고통은 참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부주의로 자신이 감염되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음을 가장 두려워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걱정과 불안을 뒤로 한 채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 흔쾌히 지원하였으며 자신의 노력으로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돌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진정으로 간호사는 뼛속 깊이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삼십여 년 전 촛불을 들고 맹세했던 그 날의 선서가 귓가에 전해져왔다.

 

진정한 간호란 무엇인가? 코로나19 일선에서 온몸으로 간호하고 있는 그들의 고뇌와 열정을 통해 다시 한번 간호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들의 삶이 분명 의로움의 길일진대 스스로 의로움이란 생각조차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들. 그들은 백의의 천사인 동시에 백의의 전사이기도 하다.

 

올가을에는 살아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나이팅게일의 후예들에게 꼭 들려줄 것이다. 그들의 고뇌와 열정의 시간을 함께 느낄 것이다.

 

박현주 교수/위덕대 간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