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제사 지내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밀교신문   
입력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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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바빠지면서 우리의 명절 풍속도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사 모시는 일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명절 연휴에 재충전을 위해 휴양지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추석 연휴가 6~7일 정도로 길면 인천국제공항이 북새통이 된다고 합니다. 올 추석 연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겠지만요.

 

조상에 대한 차례도 아예 여행지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제사음식요? 전화만 하면 보내주는 곳이 많으니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래요. 그러면 돌아가신 조상들은 어떻게 찾아오시느냐구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조상들은 모두 돌아가신 분들이어서 어떻게들 귀신같이 알고 찾아온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조상님 입장에서 과연 이렇게 성의 없이 차려준 제사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아닐 겁니다.

 

명절 때 쫄쫄 굶은 조상귀신들이 모여 서로 신세 한탄을 했어요. 씩씩거리며 한 조상귀신이 말했습니다.

 

설날 제사음식 먹으러 후손 집에 가보니 아, 글쎄 이 녀석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처가에 갈 때 차 막힌다고, 새벽에 벌써 지들끼리 편한 시간에 차례를 지내버렸지 뭔가? 가보니 설거지도 끝나고 다 가버리고 없었어.”

 

두 번째 분통 터진 조상귀신이 말했어요.

 

자넨 그래도 나은 편이여, 나는 후손 집에 가보니 집이 텅 비었더라고. 알고 보니 해외여행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냈다는 거야. 거길 내가 어떻게 알고 찾아가누?”

 

아까부터 찡그리고 앉은 다른 조상귀신 왈,

 

나는 상은 잘 받았는데 음식이 택배로 왔더라고! 열어 보니까 죄다 상해서 그냥 물만 한 그릇 얻어 마시고 왔어.”

 

뿔난 또 다른 귀신이 하는 말,

 

나쁜 놈들! 나는 호텔에서 지낸다기에 거기까지 따라갔더니, 전부 플라스틱 음식으로 차려서 이빨만 다치고 왔네.”

 

화가 잔뜩 난 다른 조상귀신이 힘없이 말했습니다.

 

난 말야. 아예 후손 집에 가지도 않았어. 후손들이 인터넷인가 뭔가로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나도 힘들게 후손 집에 갈 필요 없이 편하게 근처 PC방으로 갔었지.”

 

그래, 인터넷으로라도 차례상을 받았나?”

 

차례상은 무슨! 먼저 카페에 회원가입을 하라잖아. 귀신이 어떻게 회원가입을 하노? 귀신이라고 가입을 시켜 줘야 말이지! 에이 썩을 놈들!”

 

조상님들이 얼마나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을까요? 여러분이 조상이라도 이쯤 되면 아마 진심 불꽃이 번쩍번쩍했을 거예요. 모든 걸 효율성, 합리성의 잣대로만 평가하다 보니 인터넷 제사 시스템이 특허까지 획득한 마당에, 정말이지 컴퓨터 앞에서 절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여파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으셨지요? 그러나 한편으론 형식에 치우치기보다 간소한 상차림이라도 조상을 기리는 그 마음과 정성에 어긋남이 없도록 각자가 있는 곳에서 강도하고 서원하라는 종조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도 같네요. 한가위 보름달 같이 둥그레, 맑그레한 마음으로 다시금 일상을 살아야겠습니다. “봉건시대는 대소친척이 한 동리에 살아서 잘되었고 산등성이 너머로 떨어져 살면 못되었다. 현시대는 각각 나눠 살아야 잘된다. 그러니 제사를 지낼 때라도 각각 그곳에서 강도를 하는 것이 조상도 복이 되고 자손도 복이 크다.”(실행론 3-7-6)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