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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호-시대에 맞는 교화 방편 ‘진각의범 제정회의’

밀교신문   
입력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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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추석 명절은 예전에 없었던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간이 계속되는 분위기 속에 맞이하였다.
 
기나긴 폭염과 거듭 닥쳐온 태풍을 겪고 코로나 2차 유행의 끝자락에서 만나 추석 명절은 수천 년 동안을 이어온 명절 풍속마저 바꾸어 놓고 있음을 체감해야 했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가문을 넘어 민족축제의 장이 되었던 명절차례는 400년을 이어온 종가(宗家)의 차례상에 전(지짐이, 부침개) 없이 제수를 진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최초의 장면을 연출하였다. 이제 우리 문화 속에서 면면히 이어오던 전통의 통과의례인 관혼상제는 이미 사라졌거나 다른 문화와 더해진 혼례와 상례 일부만 남아있었는데, 유일하게 전승하여 온 제례마저도 하나둘 사라질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시대의 요구나 흐름에 따라 늘 변화해 왔고 종교문화도 역시 같은 걸음을 걸어왔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잦은 전쟁이나 질병 등으로 세상이 혼란할 때 민중들이 마음 둘 곳이 없어 할 때 정토사상이나 미륵사상이 시대를 대변하며 현재의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제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라는 낯선 질병과 함께 맞이한 추석 차례에서 절대 금기 사항처럼 여겨지던 전 없는 차례상을 진설하고, 가족 친지 간에도 비대면 명절을 치르고 말았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오랜 세월 동안 관습처럼 굳어진 유교식 차례에서 머지않은 장래에는 백미(白米) 오과(五果)만을 진설하고 강도법(講度法)이 명절차례와 기제사를 대신하게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종단은 지난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축적되어 온 의례의식을 정리하고, 그 현안을 정비하여 체계적으로 결집하는 ‘진각의범 제정회의’를 지난 8월에 출범하였다.
 
‘진각의범’의 내용은 ‘기본의범, 심공의범, 수계관정의범, 의례의식의범, 생활의범’ 순으로 정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면에서 진리의 체가 되는 교리·교법이 곧 교상(敎相)이라면 구체적 실천수행을 통하여 구현하여야 할 진리 인식은 사상(事相)에 해당한다.
 
지난 진기 65년 교법결집회의에서 결집 완성된 ‘진각성존 종조 회당대종사 자증교설’ <실행론>의 초판이 인쇄 발행되므로 교상이 세워졌다면, 이제 ‘진각의범’의 완성으로 사상을 확립하여 교상과 사상이 완전히 갖추어진 교법체계를 구축하게 되어 다가올 시대의 수행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지남(指南)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화 현장에서는 <진각의범>이 수행과 교화라는 실천적 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때맞춰 지난 9월 22일에는 한국밀교문화총람사업 회향에 따른 밀교문화총서 33권 봉정식이 진각문화전승원 무진설법전에서 봉행되었다. 한국 밀교의 문화와 역사, 이론 등 관련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목적으로,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여에 걸쳐 진행되어 온 대규모 불사였다. 이 봉정불사로 밀교교법 연구가 더욱 활성화 되어지고 세상에 널리 홍포되어서 일체중생들에게 밀교 교법의 수승함과 그 실천적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누구나 수행하면 현세안락과 즉신성불하는 해탈법문이 되어지길 서원한다.
 
우리 진언행자들도 종단의 교학연찬 사업과 진각의범 불사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원만히 회향돼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불교종단으로 거듭나도록 서원 정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