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단점이나 잘못을 지적해온다면?

밀교신문   
입력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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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무재칠시라고 합니다. 그중에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서 잘 도와주는 것찰시(察施)’라고 해요. 남에게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은 더 중요하겠지요. 특히나 요즘같이 밖에서 마스크로 입을 틀어막고 생활해야 하는 때에는 집에서라도 부부간에, 또는 부모자녀 간에 서로의 얘기를 귀담아 잘 들어주는 인연을 짓는 일이 아주 중요할 것 같아요. 상대가 얘기할 때는 그 얘기에 귀 기울여 밝은 기운을 전달해 줘야지, 꾸부정하고 복 없는 얼굴로 건성건성 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늘 좋은 말, 듣고 싶은 말만 하고 살지는 않잖아요? 때로는 듣기 싫은 말, 상처 주는 말도 듣게 됩니다. 특히 상대가 내 단점이나 허물을 일부러 들춰내듯이 얘기해버리면 금새 자존심이 상하지요. 평소에 잘하다가도 꼭 상대가 나한테 이렇게 좀 하지, 왜 저렇게 했냐?”는 식으로 나오면, 그 순간 눈에 불똥이 튀어서는 눈도 안 마주치려 하잖아요? 이게 바로 중생의 마음이에요. 넉넉할 땐 꽃밭같이 내어주다가도 한 번 섭섭한 마음이 되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만큼 팍팍한 마음으로 변해버리는 겁니다.

 

진각교전’ <수행문답>의 말씀에 “[]내 허물을 어떻게 하여야 쉽게 알 수 있습니까? []남이 내 허물을 말하거든 즐겁게 듣고 스승과 친구와 부모와 형제에게 물으면 속히 알게 됩니다.”라고 되어 있어요. 내 허물에 대한 상대의 지적을 즐겁게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구절 내용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즐겁게 들리던가요? 아니, 내 단점을 지적하고 나 싫다고 하는데 즐겁게 들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세상에 그런 게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향나무겠지요. 향나무는 나무꾼이 도끼를 들고 힘껏 내리찍어도 원한을 갖기는커녕 도리어 향기를 내뿜어 주잖아요? 만약에 원수한테 실컷 두들겨 맞고도 명절에 찾아가서 상품권을 선물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향나무 같은 인격의 소유자일 겁니다.

 

우리 인생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내 허물을 얘기하는 사람 앞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추기만 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진심낼 일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누가 나한테 잘못을 지적하거나, 조금이라도 내 단점을 얘기한다면 바로 알아차리셔야 해요. ‘올커니! <수행문답>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순간을 잘 넘겨야 내 인격도 완성하고 서원하는 일도 잘 풀리겠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웃어넘기자~!’ 이렇게 금강지권부터 먼저 쥐시고 차별희사와 염송으로 그 상황을 잘 넘기셔야 합니다.

 

본심진언 옴마니반메훔을 오나가나 항상 외우고 하루 열 번 이상 자성참회만 하면 탐진치는 물러가고 본심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구절을 접하면 어떤 분은 하루 열 번이나 자성참회할 게 있어요? 그럴 시간이 돼요?”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현실 생활을 하더라도 그만큼 하루 일상을 참회와 염송에 마음을 쏟으면서 내 마음 고치기를 꾸준히 서원하라는 데 뜻이 있습니다. 그 마음 자세를 종조님께서는 강조하고 계신 거예요.

 

참회와 염송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왜 참회해보고 염송해보라고 늘 강조하셨을까요? 구전으로 전하는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염송을 열심히 하면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그때 깨친 것은 영원히 자기의 법이 되고 진실한 지혜가 됩니다. 깨달아 허물을 참회하게 되는데 소원성취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