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신뢰 회복과 지방교구 중심의 종무행정 펼칠 것”

밀교신문   
입력 : 2020-12-17  | 수정 :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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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대 통리원장 도진 정사 취임 인터뷰

통리원장은 종단 비전·로드맵 제시하는 자리

지역포교와 교화는 교구청 중심으로 진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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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 통리원장 도진 정사는 내년을 종단 신뢰 회복과 지방교구 중심의 종무행정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월 10일 제31대 통리원장에 선출된 도진 정사는 12월 3일 본지와 가진 취임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대내외적으로 떨어진 종단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 교구청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리원장 도진 정사는 “포교와 교화는 지방교구청이 중심이 되어야 종단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교구에서 직접 일을 할 수 있도록 교구청장의 역할과 권한을 키우고, 예산집행과 포교와 교화를 위한 사업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통리원은 뒤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진각종 제31대 통리원장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통리원장이라는 직을 맡게 되어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렇게 통리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법계의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전 스승과 신교도들의 원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통리원장 직을 잘 수행하겠습니다. 종단의 스승님과 신교도들의 응원과 서원을 부탁드립니다.” 


- 최근 31대 집행부가 구성됐습니다. 집행부 구성에 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집행부 구성은 안정적으로 행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전 집행부에서 역할을 해 오셨던 분들을 다시 모셨습니다. 더불어 신구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분들을 몇 분 모셔서 안정과 화합을 우선으로 하는 집행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 일각에서는 종무행정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앙종무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행정 패턴에 물들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중앙종무의 경험은 없지만, 대전교구와 전라교구에서 10여 년간 교구청장을 지내면서 앞으로 종단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충분히 많이 고심해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걱정을 내려놓으실 수 있도록 잘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통리원장이라는 자리는 일상적인 행정업무를 보기보다는 종단의 큰 비전이나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상적 행정업무는 부서장 중심으로 진행하고, 통리원장은 종단의 대외적인 큰 방향을 제시하고 활동하면서 종단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선거 직후 당선 소감을 통해 “중앙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 교구청의 역할을 확대해 지방 포교와 교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종무행정에 힘쓰겠다”고 밝히셨습니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동안 종단은 중앙집권적으로 행정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뿐만 아니라 포교와 교화 등 종단과 관련된 모든 재정과 인적, 물적 자원들이 중앙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포교와 교화는 지방교구청이 중심이 되어야 종단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실제로 교구에서 직접 일을 할 수 있도록 교구청장의 역할과 권한을 키우고, 교구청이 예산집행과 포교와 교화를 위한 사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통리원은 그것을 뒤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최근 신교도 조직인 총금강회 회장이 새롭게 선출되었습니다. 총금강회와의 소통과 신교도 조직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승단의 구성원은 스승과 신교도입니다. 그러나 교화현장에는 스승만 있고, 신교도의 역할은 적습니다. 포교와 교화는 스승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교도가 한 부분을 담당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교도를 대표하는 총금강회의 위상을 높이고, 역할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새롭게 선출된 총금강회장을 중심으로 포교와 교화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총금강회 역시 독자적으로 예산안을 마련하고, 교구별 금강회, 신행단체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포교와 교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 진기 75년의 종무기조나 주요 사업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코로나 19로 인해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실현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전 집행부에서 진행해 왔던 사업들 가운데 마무리가 필요한 사업들은 잘 마무리 할 것입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대내외적으로 떨어진 종단의 위상과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이긴 하지만 대표적으로 경주 산내에 위치한 종단 소유의 수련원을 활용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첫발을 내딛고자 합니다. 그곳을 재정비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신교도들을 대상으로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구상중입니다.” 


-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조계종을 비롯한 종단협의회 회장단 종단을 방문했습니다.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통리원장 취임법회가 코로나19 상황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것을 감안해서 종단협의회의 화합을 위해 제가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으며, 개인적으로 보고 듣고 배운 것도 있었습니다. 방문을 계기로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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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포교 중요 … 5~60대를 위한 포교전략 세워 진행

승단의 구성은 스승과 신교도 … 총금강회 역할 중요

독신교화자 문 열고, 전문 분야 활동 스승 양성도

 

- 불교계는 현재 출가자 수 감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종단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한 방안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출가자 수 감소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이자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종단과 인연이 된 사람들을 잘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종단에서 종무를 보고 있는 종무원들도 잠재적인 스승으로 생각하고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하고, 양성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부부가 교화하는 재가종단으로서 갈수록 교화스승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 개인적으로는 독신교화자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종단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교화하는 스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나 학교 등 전문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스승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 출가자 감소와 더불어 신교도의 고령화 또한 시급한 문제입니다.

“출가자 감소와 신교도 고령화는 불교 전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종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종교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멀리 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종단은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불사나 불공 의식이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회 인구분포도를 보면 40~50대 초반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단은 포교의 포커스를 40~50대 초반으로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여유를 가진 세대들에게 종교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통리원장 선출과 더불어 현정원장, 교육원장도 새롭게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각 기관과의 협치를 이야기하셨는데요. 

“종단이 통리원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체제이다 보니 통리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리원장의 일괄적이고 독단적인 모습으로 불협화음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민주시대입니다. 종단도 예전보다 규모가 많이 커졌습니다. 따라서 혼자서 이끄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집행부 출범을 계기로 종단을 구성하고 있는 통리원장, 교육원장, 현정원장, 종의회의장이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전국의 교구청장과도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올 한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 세계는 물론 종단도 교화나 행정에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맞이하다 보니 일선의 심인당에서는 교화가 거의 멈춘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진각종의 신교도는 평소에도 각자 나름의 수행을 하는 불자들이어서 타 종단보다는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존의 신교도들이 신행의 끈을 놓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고, 코로나 시대가 끝이 났을 때 새로운 진각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고자 합니다.” 


- 코로나19와 정치적인 상황 등으로 인해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종단이 타 종단에 비해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한 곳으로 손꼽히기도 했는데 시대에 맞춰 교류의 방향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평가입니다. 북한 불교와의 교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현재는 북한과 교류를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로 조성되고 교류가 가능해진다면 종단으로서 도울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돕고, 적극적인 교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 최근 16개 심인당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인사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이번 인사는 통리원장으로서 처음 단행한 인사로, 집행부가 새롭게 구성되고 보직에 맞춘 인사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또한, 꼭 필요한 몇 군데만 움직이도록 최소화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종교지도자로서 국민과 불자, 신교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코로나19로 많이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종교인들이 모범을 보이고 나눔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요즘은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종교가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을 나눌 수 있는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정신을 잘 알고 있는 불자들이 먼저 나와 더불어 많은 사람이 안락할 수 있도록 서원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