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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소[白牛]’를 서원합니다

밀교신문   
입력 : 2020-12-29  | 수정 :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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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기원 75,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띠해가 밝았습니다.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아 여느 때보다 우리 모두의 기대감과 희망이 큽니다. 흰색은 신화적으로 새로움과 상서로움의 예조(豫兆, 조짐이나 징후)입니다. 예부터 흰 동물을 신성시하고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기는 풍속이 많습니다. 오불(五佛)을 상징하는 오방색 중에서도 흰색은 비로자나 부처님을 상징합니다. 진리 자체이며 본 바탕입니다.

 

한편 간지(干支)를 구성하는 열두 동물 중에 소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도움을 주는 동물입니다. 소는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 근면의 상징으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믿음직한 집안의 일꾼으로, 힘든 농사일을 돕는 노동력과 일상생활의 운송수단 등으로 농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세시풍속과 놀이 등에서는 여유와 풍요, 힘을 상징하는 동물로 우리 민족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뛰어넘어 마치 한 식구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우직하고 성실한 성격이 특징인 소는 온순하면서도 끈질기고 힘은 세지만 사납지 않고 순종하는 가축이었지요.

 

소는 부처님 가르침에도 많이 인용되어 등장합니다. 불가(佛家)에선 소를 사람의 참모습에 비유한다거나 '인간 심성의 본래 자리'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심우도(尋牛圖) 또는 십우도(十牛圖)입니다.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 가지 수행 단계 중 하나인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선종(禪宗)에서 행하는 참선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지요. 검은 소에서 흰 소로 바뀌는 모습은 탁하고 오염된 성질이 본래의 청정한 성품으로 변화하는 깨달음의 상징내용입니다.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도 소가 등장합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유명한 문구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의미는 부처님이 열반하시기 전, 최후의 유훈인 제행이 무상하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와 일맥상통합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라는 부처님의 열반송처럼 정진의 의미를 강조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으름 없이 열심히 묵묵히 부단히 홀로 정진하라는 말이지요.

 

진기 75, 신축년 소띠해에는 우리 진언행자 모두가 흰 소[白右]’의 상징처럼, 불굴의 용맹정진[-]으로 진리의 근본자리[-] 즉 심인을 세워가는, 그런 새해가 되기를 발원해 봅니다. 회당대종사의 가르침인 심일당천만(心一當千萬) 질백화단청(質白畵丹靑)’도 같은 의미입니다. 마음하나 천만을 당적합니다. 이 우주를 관통하는 하나의 마음이 천만을, 즉 이 우주 전체를 꿰뚫어 버립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지요. 하얀 바탕[질백(質白)]위에 세상만물이 인연되어 나타납니다. 세상만물의 연기의 조화로움을 상징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지요. 다름 아닌 심인입니다. ‘성품 안에 허공이 있고 허공 안에 만물이 있습니다.’(실행론:2-1-3)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빈 공간이 있어서 방이 제 기능을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빈 공간이 많을수록 마음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합니다. 그 빈 공간이 질백(質白-흰 바탕)입니다. 성찰을 통한 우주를 꿰뚫은 그 경지가 세상만물의 연기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의 자리입니다. ‘은 쉬워도 은 지극히 어렵습니다. 분명 진기74년 신축년에는 흰 소를 이루어 내는 실천을 앞세워 나가야 하겠습니다.

 

신축년 새해에는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절망은 뒤로하고 빠른 회복을 향한 희망을 담고 싶습니다. 모두 스스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코로나 19’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시대를 이겨야 하는 이 시기를 흔들리지 않는 강한 마음으로, 그리고 나 자신과 이웃 모두를 아우르는 넓고 크고 둥글고 가득차고 밝은 마음으로 행복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진언행자들에게 그 시작은 새해대서원불공입니다. 일 년 중에 행복함은 새해불공 함에 있습니다. ‘내 마음 고치고 용맹정진 할 때 무엇이라고 정하지 않아도 길은 열린다.’(실행론:3-4-12) ‘내 마음 고치고 용맹정진하는 모습은 흰 소를 이루는 모습일 것입니다. 부처님은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 줍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정말 제대로 더 멋진 날들로 행복이 꽉 찬 신축년 한 해가 되어가기를 서원합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