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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별에 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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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망의 신축년, 이렇게 매서운 한파가 거세게 몰아친 동장군을 본 것은 요 몇 년 사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하필 새해대서원 불공 기간 내내 날씨가 이리 추웠으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보살님들의 신심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용맹정진은 새해불공 기간 내내 쉼 없이 이어졌다. 보살님들은 일념으로 용맹정진하는데 정작 나는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었다.

 

작년 4월쯤 금붕어 8마리를 사다가 작은 연못에 띄운 기억을 떠올렸다. 기특하게도 8마리 금붕어 중 누가 새끼를 산란했는지 어림짐작으로 30마리가량 낳았다. 코로나19를 뚫고 그렇게 잉태된 어린 금붕어들은 작년 내내 우리 모두의 기쁨이었고 한없는 위로의 대상이 되어 날마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지켜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이 코로나 펜데믹에 지치고 힘든 일상을 이겨 낼 강력한 치유의 힘이자 유일한 희망이고 위안이었음을 우리 교도는 다 안다. 이 한파에 무엇보다 내 머릿속 관심사는 줄곧 대문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작은 연못 속 어린 금붕어들의 안부에 온 마음이 집중돼 있었다. “이 혹한에 어미와 어린 물고기들이 잘 견디어 내줘야 할 텐데.” 따로 시간을 정해 금붕어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불공도 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도 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몇 마리는 열반했지만 다들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

 

해가 바뀌고 신축년 새해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코로나19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코로나 발() 변화가 가져다준 것 중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이를테면 아날로그식 감성이 사라지거나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래전에 읽었던 세계적인 호스피스이자 고통 완화의료 전문가인 아이라 바이옥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4가지 말이 무엇일까를 묻는다. 그 해답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용서합니다.” 4가지 말을 제시한다. 우리가 이 코로나 재앙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4가지 말과 긍정적인 문장들이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가거나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2021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구를 밝힌 바 있다. “절망에 저항하십시오.”라고 당부하며 코로나는 인류에게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위한다는 이타주의의 가치와 미래의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생명 경제로의 전환또한 시급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홍원심인당 신축불사 원만 회향 1,000일 불사가 915일 회향을 앞두고 있다. 처음 지진불사 첫 삽을 뜰 때 다짐했었다. 4층 건물이 들어서면 1층 로비에는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해 복지매장도 운영하고 북카페 겸 갤러리로서의 공간으로도 활용하고자 했다. 작년 한 해의 끝자락 1227일 그 첫 테이프로 홍원 역사여행 사진전을 열었다. 내게 사진전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홍원 역사여행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내용을 조금 소개한다.

 

오래전부터 심인당 신교도들의 신행과 봉사활동을 담은 잊혀져가는 사진을 수집, 보관하는 작업들은 종단과 심인당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홍보자료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사진전을 기획하면서 교도들과 한마음이 되어 흩어져 있던 오래된 사진들을 모으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생각만 가지고 있던 것을 이번 코로나에 우리의 삶에 작은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삶은 늘 기적처럼 다가오느니, 오직 실낱같은 작은 불빛과 희망만 있다면 하는 그런 절박한 마음이 모여 이번 사진전을 꾸려봅니다. 사진전을 둘러보며 때론 박꽃처럼 환하게 웃어도 보고, 가슴 벅찬 희망으로 살아갈 용기를 내신다면 좋겠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사진전이 고단하고 지친 우리의 일상을 품고 다독이며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축년 새해, 이 광활한 우주 속 작은 별에 우리가 살지만, 한결같이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살지는 않는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하여 우리 안에서 진정으로 새로워지려고 성찰하는 자만이 다른 새해를 꿈꿀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기를 꿈꾼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이란 인생은 덧없는 것이니 집착하지 말고 살라라는 의미를 넘어 삶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지금 여기서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삶을 가꾸어 가자는 의미가 나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더 김동조의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를 다르게 패러디해 본다. “모두 같은 별에 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그러기에 삶이란 두 번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미래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