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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나의 하루는

밀교신문   
입력 : 20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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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분노를 몸에 담요처럼 두르고 상대방을 주시한다. 매섭게 눈만 빼꼼히 내민 채 가득 땀이 찬 두 손을 공기도 통하지 못할 정도로 움켜쥔다. 새해 다짐 11번에 적힌 순간적인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기가 지켜지지 않은 순간이다.

 

명상, 호흡, 요가 등 희망찬 새해와 어울리기 위해 그간 수련해온 마음 다스리기가 와장창 무너지고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에 속이 상한다. 그토록 바꾸고 싶고, 바뀌고 싶은 부분인데, 열두 시가 되면 반짝반짝 빛나던 모습에서 보잘것없는 행색으로 돌아오고 마는 신데렐라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다양한 운동과 전문 마사지로 몸 건강을 열심히 챙겼다면 올해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서 마음 건강도 올해 목표에 포함했다. 매 순간 평온함과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려 하지만 바다 앞에 쌓인 모래성처럼 작은 파도에도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만다. 나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싶은데 잦은 외부 침략에 보이지 않는 멍이 가득하다. 좋은 날도 있고 좋지 않은 날도 있는 요즘, 일이 터져도 호탕하게 웃고, 아무 일이 없어도 주르륵 눈물이 나는 뒤죽박죽인 나날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하나 둘 모아 놓고 보니 움켜쥐고 있는 게 너무나 많았다. 이제 그만 흘려보내야 할 미련만 남은 인연, 상처로 덮인 과거가 눈을 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행동에도 크게 반응하는 이유였다.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지금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또다시 과거의 질긴 기억을 끌어내는 말을 입 밖으로 토해내기 전에 가까스로 참았다. 연쇄살인으로 진화될 뻔한 걸 생채기 정도에서 그쳤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겹겹이 쌓인 감정이 고여 썩기 전에 흘려보내는 건 조금만 노력해도 실천할 수 있다.  

 

떠나보내야 용서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불교 우화를 짧게 옮겨왔다. 많은 사람이 떠나보냄으로써 마음의 짐을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 동안 분노, 미련, 상처 등 부정적인 감정 없이 나의 하루를 온전히 지켜냈다. 분노가 없는 나의 하루는 평온했다.

 

유랑하던 두 스님이 강가에 닿았다. 긴 비단 옷을 입은 여인이 무례한 말투로 자신을 강 너머로 건네 달라고 요구했다. 젊은 스님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 늙은 스님은 여인을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네 주었다. 반대편에 도착한 거만한 여인은 감사의 인사 한마디도 없이 가버렸다.

 

다시 길을 가면서 젊은 스님은 계속 마음이 불편한 눈치였다. 몇 시간 후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어째서 여인을 건네 주셨습니까? 게다가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여인 아닙니까? 감사의 인사 한마디도 없었단 말입니다.”

 

늙은 스님이 대답했다. “나는 강을 건너 여인을 내려 놓았 것만, 어째서 자네는 아직도 여인을 어깨에 메고 있는가?”

 

양유진/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