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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으세요...

밀교신문   
입력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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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나 설날을 보내면서 사람들이 자주 주고받는 많은 덕담 중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과 함께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꽃길만 걸으라.’는 희망과 기대 섞인 축원을 많이 해줍니다.
 
어떤 한 젊은 여성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고나서 기쁨의 감격에 울먹이며 하는 말이 "엄마, 이제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라며 감사의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힘들게 고생하며 노력한 모습들을 공감할 수 있어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향한 그 효심의 마음은 대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설령 받지 않았더라고 어머니의 길을 꽃길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설화에도 멋진 꽃길이 등장하지요. 갓 태어난 아기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땅과 하늘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안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온 세상이 모두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선언을 하십니다. 가지가지 꽃이 만발한 룸비니 동산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부처님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곱 걸음걸음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습니다.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룬다는 ‘일곱걸음’의 상징이외에도, 여기에는 또 하나의 숨어있는 탄생설화의 상징이 있습니다. 바로 꽃길입니다. 아기 부처님이 걸었던 그 일곱 걸음의 발자국은 바로 꽃길이 되었습니다. 사바의 중생세계로 오시어 나의 존귀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부처님이 걸어왔던 그 진리의 길을 우리들도 따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길은 꽃길이 되니까요. 꽃길만 걷게 되길 바라는 부처님의 원력입니다. 그리고 그 꽃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 만들어 가는 꽃길이었습니다.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부처님의 삶을 닮아가며 피워야 할 그 꽃은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닙니다. 여기에도 깊은 가르침이 숨어 있습니다. 오탁악세의 중생세계에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연꽃이었고,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보존되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이 트는 ‘종자불실(種子不失)’의 연꽃이었고, 일체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한 이타자리의 삶이 바로 깨달음의 삶이기에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화과동시(花果同時)’의 연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꽃길 이었기에 우리의 마음이 고행의 가시밭길을 외면하고 편하고 쉬운 꽃길만 걸으려 한다면 내 삶은 망가지고 맙니다. 사실 어떤 복 많은 사람이 있어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꽃길만 걸었다면 그 사람은 그 길은 꽃길이 꽃길임을 알지 못합니다. 가시밭길도, 잡초만 있는 길도, 꽃길로 바꾸면서 나아가는 길이 참다운 꽃길이고 환희한 꽃길이 됩니다.
 
대중 가수 노사연의 ‘바램’이라는 노랫말 중 일부입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 (……) /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 그 말을 해 준다면 /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내가 평소에 하는 말 한마디가 나의 아내의 길을, 남편의 길을, 자식의 길을, 부모님의 길을, 그리고 친구의 길도, 도반의 길도 꽃길로 바꾸어 줄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배려와 격려와 사랑이 묻어난 말입니다. 감사와 고마움의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말들은 내가 걸어가는 내 인생의 길을 먼저 꽃길로 바꾸어 버립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그 꽃길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요? 길은 다 향하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그 꽃길은 내가 돌아가야 할 내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 고향에는 한없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룸비니 동산처럼요. 생명의 근원자리입니다. 마음극락의 자리입니다. “미운 사람이 생기면 복을 지어야한다. (……)진리로 복을 지으면 행복하게 살다가 내세에도 극락에 간다.”(실행론 4-7-1) 진리로 복을 짓는 생활은 ‘현세에도 나의 길은 꽃길이 되고, 내세에도 나의 길은 꽃길이 된다.’는 종조님의 가르침입니다. 현세에도 내세에도 내가 걸어가는 길은 수백만 송이 연꽃 길입니다. 내가 바로 연꽃입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