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밀교신문   
입력 :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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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자동판매기의 천국으로 유명하지요. 커피아이스크림라면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박까지 나오는 과일 자판기가 있을 정도예요. 이 자판기들이 연간 발생시키는 매출액은 한화로 약 5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시장 규모로 치면 웬만한 대기업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지요. 치안이 뛰어나고 민도가 우수해서 도난당하는 일도 없으며, 근면 성실한 일본인들은 편의점 갈 시간마저 아끼기 때문에 자판기를 애용한다는 썰(?)을 풀어내며, 현지 언론은 종종 자판기를 일본의 효자상품으로 내세워 은근히 콧대를 세우곤 합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한때 일본의 자판기 내부에서 구멍 뚫린 동전이 대거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발견된 구멍 뚫린 동전은 다름 아닌 한국의 5백 원짜리였습니다. 이게 많아도 너무 많았던 거지요. 그러니 한동안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5백 원 동전을 소지하는 걸 금지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5백 엔은 한국의 5백 원과 지름도 같고 무게도 비슷해요. 그래서 일부 겉모습만 빼고는 사실상 같은 동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 자판기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한국의 5백 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일본의 자판기가 5백 엔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했던 거지요. 5백 엔이 한화로 약 5천 원인 걸 감안하면 수익률이 열 배에 달하는 고수익 투자였던 셈입니다.

 

발칵 뒤집힌 일본의 자판기 업계에서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으며 자판기에 기능을 추가하게 됩니다. 미세한 무게 차이를 인식하는 센서를 달았던 건데요, 그런데 이 궁여지책도 얼마 안 가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5백 원 동전에 드릴 같은 공구를 이용해서 흠집을 낸다든가 구멍을 내는 편법을 써서 5백 엔의 무게와 똑같이 조작하여 사용한 일당이 등장한 거예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분(?)들이 계시는 법!!! 어쨌든 그래서 또다시 일본 자판기 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무렵부터 일본의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을 대놓고 비난하기 시작했어요. “너희들은 잠재적 범죄자나 다름없다. 그냥 한국인 입국을 아예 모두 막아 버리자!” 이렇게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왜냐면 한국의 5백 원을 이용하여 자판기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집단은 바로 중국인 범죄 조직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중국인에 의해 화폐를 유출 당하고 훼손까지 당한 피해자에 불과했던 거였지요.

 

그런데 이후에 일본 당국은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의 행보를 보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5백 엔 동전을 모방하여 5백 원 동전을 만들었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한국 정부는 지금 당장 5백 원 동전을 전량 폐기하라.” 이렇게 주장한 거예요. 자국 산업에 끼치는 피해를 막으려고 다른 나라 조폐사업에 간섭하는 역대급 글로벌 갑질을 한 거지요. 이 사실이 국내 언론에서도 연일 보도되면서 한일 간의 갈등과 긴장은 높아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한 가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되었지요. 대한민국 5백 원 주화가 최초로 발행된 시기는 19811월로, 일본의 5백 엔이 최초로 발행된 시기에 비해서 약 6개월가량 빨랐던 겁니다. 만약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이야말로 한국 동전을 모방했다가 자국 산업에 막대한 자승자박 식의 피해를 끼친 셈이 되는 거였지요.

 

우길 때 우기더라도 뭘 좀 잘 알고 우기는 편이 낫겠지요? 그래야 망신당하는 일이 없습니다. 뭔가를 주장하고 핏대를 올리기 전에 반드시 자기 관조와 성찰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불교는 교리 자체가 자기반성, 자기비판, 참회, 실천, 사악취선(捨惡就善), 선근종자(善根種子)를 심어야 자기 확립이 되는 종교이다.” (실행론 3-6-2 ())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