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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시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4-30  | 수정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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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만 해도 이맘때만 되면 가족끼리 친구끼리 봄의 다채로운 축제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서는 모습들을 흔하게 보아왔는데 올해도 그 모습들을 보는 건 힘들어졌다. 1년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와의 힘든 싸움이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서 지쳐가는 우리들의 심신을 치유해 줄 특별한 방법도 없는 상태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지못하고 속속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각자의 심신치유법을 찾기 위해 행동으로 옮겨가면서 조금의 미안함도 서서히 자기 합리화로 덮어지기 시작한다.

 

이 좋은 5월의 풍경을 마냥 흘려보낼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 지금의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겨낼 치유처라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만큼 우리의 심신이 약해져서 현실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시야가 좁아져서이다. 또는 우리는 아직 현실의 모습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생각들도 세월을 지내오며 경험한 즐거운 기억과 추억들이 ‘5월의 축제란 단어에 조건반사적으로 자연 치유의 힘을 되살아나게 하는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마주하는 많은 축제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시간과 공간과 인연들이 중요하며 이것들이 잘 어울렸을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건 당연한 인과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5월의 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국가무형문화재 제122)이며 매년 많은 불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선한 디자인의 연희복을 입고 음악에 맞추어서 율동을 하는 어울림마당이다.

 

어울림 마당은 축제의 꽃이라 할 만큼 다양한 계층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는 행사인데, 이모습을 직접 관전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환희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맘때만 되면 나도 모르게 찬불가 나눔과 기쁨노래가사 중에서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 모두 기쁨으로 살고~’ 노랫말을 흥얼거리곤 하는데,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즐거워진다. 올해 연등회 슬로건은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시다로 정해졌다.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 주기 위해서 불자들이 힘을 모아보자는 의미가 잘 표현된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지만 불가피하게 취소가 되었던 2020년 연등회를 올해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연등회에서는 온라인으로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환희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고 있다. 각 종단은 의기투합하여 연희율동을 연등회에서 배포한 형식에 맞게 촬영하고 그 영상 취합하여 방송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를 위해 불교도 온·오프라인에서 이원적 행사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번에 각 종단의 다양한 시도로 촬영이 될 어울림마당이 온라인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전달 될때 예전에 어울림마당을 직접 관전하며 느꼈던 느낌들이 잘 드러날 것을 희망한다. 또한 이로 인하여 많은 불자와 일반국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마음의 응어리가 그날 만큼은 치유되는 날이 되기를 바래본다.

 

우리는 축제를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이 좋은 풍경과 다양한 축제를 함께 못하는 아쉬움이 코로나19로 인해서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불교는 항상 복을 받는 입장이 되기보다는 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 가길 이야기한다. 외형적 복을 받는 것은 결국 그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내 스스로가 복의 주체가 되어서 세상에 보여진다면 계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가 있는 곳이 축제요, 내가 있는 곳에 희망이 있으니 희망과 치유의 자신의 등불을 밝히는 5월이 되기를 간절히 서원해 본다.

 

도원 정사/창원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