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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찰나(刹那)의 순간에···

밀교신문   
입력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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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끝이 날 줄 알았던 코로나 상황이 2년째 계속 이어져 오고, 남의 일처럼 여기며 먼발치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어느새 가까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절제력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켜오면서 끝이 잡힐 듯했지만,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는 반복되는 일상.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역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열심히 씻으며 별일 없이 지나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요시다 겐코의 수필집도연초(徒然草)>팽나무스님이야기가 있다.

 

성격이 급해서 화를 잘 내는 스님이 머물던 암자에 오래된 팽나무가 한그루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팽나무 스님이라 불렀다.

 

법호를 부르지 않고 자꾸 팽나무 스님, 팽나무 스님하고 계속 부르자, 자신에게 붙여진 별명이 싫었던 스님은 화가 나서 어느 날 큰 팽나무를 잘라버렸다.

 

팽나무는 없어졌지만, 팽나무의 뿌리 밑둥치가 남아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또 밑둥치 스님이라 불렀다. 기분이 나빠진 스님은 노발대발하여 이번엔 밑둥치를 남김없이 뽑아 버렸고, 시간이 지나자 밑둥치를 파낸 자리엔 물이 고여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사람들은 다시 웅덩이 스님이라 불렀다.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스님은 웅덩이의 물을 모두 퍼내고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하였고, 한 참이 지나자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웅덩이에 휴지와 오물들을 버리게 되면서 쓰레기 모이는 곳이 되었다.

 

고민에 빠진 스님은 다시 쓰레기를 치우고 사람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화장실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스님을 화장실 스님이라 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그 스님은 팽나무 암자를 떠나버렸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밖으로 나가는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화를 내었다가 참회하고 멈추기도 하지만, 여전히 속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요동칠 때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사소한 행동 하나에 더 진심(嗔心)이 일어나기도 한다.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성냄은 마음에서 일으키는 불꽃이다. 보이는 큰 불길을 잡아도 속에 남아있는 잔불들이 잡히지 않으면 여지없이 또 다른 큰 불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진심(嗔心)은 억겁의 선을 태운다고 했듯이, 화내는 마음은 조급함을 참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어리석음으로 작은 일 하나 참아내지 못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경계를 넘지 못하여 평소에 지은 모든 공덕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됨을 설()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매일 같이 알려주는 안전안내문자의 숫자는 점점 무감각해지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겼던 사이에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이란 이름으로 어느새 우리 가까이에 와 있어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반갑지 않은, 알 수 없는 발걸음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알아서 스스로 대비해야만 하는 일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이 점점 예민해진 듯하다. 마음이 예민해지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사소한 것까지 예민하게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작은 일을 크게 만들어 불편해지기도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언짢아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말 한마디, 잠시 한순간 다스리지 못한 마음은 의식하지 않는 찰나(刹那)의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그 짧은 찰나의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고,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순간은 금방 다가온다.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을 잘 단속하여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수 있기를

 

심정도 전수/안산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