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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보아요

밀교신문   
입력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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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가을 들녘은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매일 힘든 날이 연속되어도 결코 실망하지 않고 이겨 낸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태풍이나 장마로 온갖 어려움이 닥쳤지만, 그것을 모두 이겨 내고서 노랗게 익은 들판의 알곡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새파란 가을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흰 구름은 구도가 아주 잘 잡힌 수채화 같은 감동을 주는군요. 포항 가을 들판은 지금 풍년가를 울리는 아주 잘 짜여진 무대처럼 보입니다.

 

요즘 하루하루는 아주 중요한 날로 곡식들의 낱알이 여물어 가는 시기입니다. 여름 내내 뜨거운 햇살을 견디고 자란 곡식들이 수확을 위해 단단하게 속을 채우고 있어서 내일이 되면 얼마나 더 꽉 채워져 무게를 더할지가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어떤 보살님께서 사다리 위에서 낙상하여 허리를 크게 다쳐 입원해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지 될지 고민하면서 방문했더니 정작 보살님께서 전수님,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각자님이나 아들에게 부탁했는데 계속 바쁘다고 하기에 제가 사다리에 올라갔는데 혹시나 각자님이나 아들이 다쳤으면 오랫동안 출근도 못 하고 힘들었을 텐데 집에 있는 제가 다쳐서 너무 다행입니다.”라고 하시는데 이 상황에서 어쩜 저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보살님의 모습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평소에 열심히 수행하고 불공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고 원망의 말을 토해내는 분들도 있는데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 보살님께서는 역시나 몸의 회복도 남달라서 생각보다 빨리 퇴원하셨습니다.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주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미국속담이 있습니다.

 

레몬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이라면, 레모네이드가 시고 쓴맛이 나는 레몬에 설탕이나 꿀을 섞어 달콤한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이렇게 만들어 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좋은 일이거나 나쁜 일이라고 속단하고 예단하지 않고 긍정의 마음으로 돌려서 대응하는 마음공부 아닐까요.

 

세상에는 크고 작은 원망이 넘쳐납니다. 은혜를 발견하지 못하면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잘못보다는 남의 잘못을 더 잘 봅니다. 눈은 자기는 못 보고 상대방만 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탓에 내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하고, 은혜를 입은 것보다 내가 베푼 것만 기억합니다. 내가 베푼 게 더 많은데 상대방이 배은망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원망의 감정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것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들 합니다. 부정적 상황 때문에 내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꼭 기억하여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생존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절한 사람과 좋은 상황은 생존만을 생각하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능을 넘어서서 은혜와 감사를 아는 사람이 진짜 대단한 겁니다.

 

감사함은 우리의 가능성과 긍정의 힘을 극대화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내 마음에서 감사한 마음이 줄어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람들을 원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기가 쉬워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힌다고 생각한 그것 덕분에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과 성숙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한 사람입니다.

 

갑자기 쌀쌀해져서 움츠러드는 요즈음, 따뜻한 레모네이드 한잔하실래요!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