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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전환

밀교신문   
입력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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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허전해진다.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많이 한 것은 같은데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올해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조급함이 앞서는 때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를 가리킨다. 어찌 되었건 시간은 지났으니 허기를 채우려 식탁 앞에 앉는다.

 

12시에서 시간이 흐르면 오후 1오전에서 오후로 아침의 일과가 끝나고 이제 오후의 일과가 시작되는 때에 우린 힘을 비축하기 위해 영양을 섭취한다. 이는 오전에 써버린 힘을 다시 비축하여 쓰기 위함이다. 어떤 경계의 지점에서 무엇을 축적해 놓았느냐에 따라 당연히 넘어갈 수도 있고 넘지 못하고 막혀 버릴 수도 있다. 우리의 의식의 경계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 다른 모든 것이 생긴다. 없어지고 새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경계를 넘기 위해 써버린 것은 다음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이 된다.

 

몇 년 전 큐브를 좋아하지 않던 나에게 아들이 큐브를 사달라 했다. 낭패였다. 두뇌가 명석한 사람들이나 맞추는 큐브를 사달라니 참으로 황당했다. 그것도 그런 것이 큐브를 섞어서 다시 맞춘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보단 뭔가를 알려주려는 아비의 의무감이 그 상황을 이겨냈다. 그러니 이젠 나도 나지만 아들에게 쉽게 가르쳐주기 위한 공부가 필요했다. 아날로그 시대였다면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녔겠지만, 현대는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였기에 유튜브는 나의 비대면 스승이었다. 인맥도 없는 나를 무료로 가르쳐줬다. 난 받아들일 자세가 된 탓에 그 상황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겨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12에서 1로 넘어가는 의식전환의 힘이 필요했다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결국 정상을 위한 여정에 힘을 쏟아부으며 하이라이트인 깔딱고개를 넘는 순간 큰 무언가가 생겼다. 처음엔 공식으로만 찾아가던 길이 첫 성공을 통한 경험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하였다. 바로 타임어택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저렇게 빨리 맞출 수 있는 것인가 거기에도 길이 있는 걸까?” 고민과 노력의 시간을 지나며 서서히 나만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마치 모르던 길을 찾았을 때 조바심과 두려움, 긴장들이 일순간에 사라졌고 나에게 특별한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결국 오전에 다 써버린 힘은 다시 또 다른 양분이 되어 흡수된 듯 새로운 힘이 나에게 생겨났다아비의 의무에 자리 잡았던 책임감의 무게도 가벼워졌다. 이젠 그 일로 남들에게 큐브의 재미를 전하는 사람이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바뀔 것 같지 않고 어려웠던 공식으로만 여겨지며 누군가의 소유물로만 느껴졌던 것이 이젠 너무 재미있는 것이 된 지금, 난 아비의 삶 속에서 의식전환의 힘을 실감한다. 바뀌기 전엔 어려워도 바뀌고 나면 쉬워지는 것. 부딪히고 도전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떨쳐버리면 바뀐다. 12월을 마무리하며  아쉬움과 다가올 새해의 두려움이 있다면 지금의 인연을 믿고 도전하면 분명 나의 길은 열릴 것이다

 

도원 정사/대승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