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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있는 자는 자비가 많다.

밀교신문   
입력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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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가 밝아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검은 토끼를 상징하는 올 한해는 유순하고 착한 성품으로 부지런한 일상을 가꾸어 나가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서 살아가되 그 삶의 방향은 지혜로운 쪽으로 펼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부처님의 전생이야기가 있다.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부처님은 토끼의 몸으로 살면서 경전과 계율의 법을 듣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한 끼 식사로 공양을 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이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부처님의 무상정득정각인 지혜는 결국 전생의 토끼와 같은 엄청난 자비심의 수행을 수많은 생을 통해 반복하였기에 성취할 수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즉 부처님은 중생에 대한 엄청난 자비심이 있기에, ··치에 병든 중생들에게 그 근기에 맞는 지혜의 법문을 통한 약방문을 제시하여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중생들의 가장 큰 병은 자비심의 부재로 인하여 많은 오해가 생겨나고, 이로 인해 생겨난 분노를 서로가 서로에게 적나라하게 표출하여 큰 수원의 인연을 엄청나게 만들어 마음과 몸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자신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어리석은 중생에게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의 말씀을 엄청난 자비심을 발현하시며 해주셨다. “어리석은 자는 모욕적인 말을 퍼부으면서 이겼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인내가 무엇인지 아는 자에게 승리가 돌아가리, 성내는 자에게 다시 성내는 자는 아직 법이 무르익지 않은 자이네.”,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선물을 주려고 가져왔는데 그대가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인가? 결국 선물은 가져온 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대가 내게 욕설을 퍼부었지만 나는 받지 않았으니 그 욕설은 그대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투면서 분노할 때 가만히 지켜보면 다투는 당사자들은 상대에 대한 자비심은 조금도 발현하지 않고, 서로가 자신은 옳으니 절대적인 선이고 다른 이는 틀렸으니 절대적인 악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다툼에서 떨어져서 객관적인 입장으로 바라볼 때 사람들은 말한다. “똑같은 수준이니 싸우지.”라고정말 딱 맞는 말이다

 

차원이 다르면 (선과 악을 심판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모든 징벌과 모든 죄도 감당할 수 있는 자비심을 가진 자가 되면) 상대의 악함으로 인해 내가 물들지 않으므로 싸울 일이 없는 것이고, 선과 악에 대한 냉혹한 정의를 내세워 상대를 부끄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게 하여 상대를 악을 짓는 행동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처럼

 

분노는 우리가 많은 세월 동안 쌓은 선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번뇌)이다. 그리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부처님의 처방전(대치법)은 인욕 수행이다. 사실 우리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선과 악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는 무상한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연기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나와 부딪히는 그들이 나의 인욕 수행을 완성 시켜주는 소중한 분들임을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회향하면서 내 안의 폭력과 불의를 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지혜 있는 자는 자비가 많으니 자비가 곧 지혜요 지혜가 곧 자비이다라는 종조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고 더불어 올 한해는 자비심&지혜심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일상을 꾸려가겠다는 서원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게 되었다.

 

여원성 전수/실상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