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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지

밀교신문   
입력 :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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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을 알리는 글을 지면을 통해 쓰려니 쉬 쓰이질 않는다. 설렘과 어색함 사이에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이 오늘 나의 하루를 되돌아본다. 이젠 몸에도 익숙해지기도 하련만 알람 시계 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오늘도 심인당으로 소리 없이 내 자리를 찾아 앉고서는 숨을 고른다

 

새로운 계절의 흐름 속에 의식을 찾으려니 처음 진각종을 알아 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기존의 형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어리둥절했던 모습과 경험하지 못하던 의례(의식)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더욱이 어려웠던 것은 심인당에서 수행하는 보살님 각자님들의 모습이었다. 왜냐면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아는 척을 했을 텐데 아는 척을 하는 분이 없었다. 내가 다른 종교적인 삶을 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더욱 냉소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심인당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궁금했던 것은 불상이 없다는 것과 본존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앉은 법석 스승님들의 모습, ·후로 경전과 모든 의례를 따라 하는 것들이 궁금해질 무렵, 수행(修行)이라기보다는 신행(信行)으로서 접할 때쯤 무엇을 위해 참회서원불공을 할까?, 어떻게 하는 걸까?’부터 궁금증이 생기다 보니 처음 만났던 스승님께 질문했을 때 답은 희사하고, 염송해 봐라는 말이 전부, 그때 당시의 생각은 뭐라는 거지?’라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조금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점점 더 의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왜 서원불공정진하는지 의문을 안고 또 새로이 인연된 스승님에게 넌지시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깨쳐보이소란 말뿐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는 기분이다. 도대체 뭘 깨쳐보란 말인가? 한참 생각해 보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고 계속해서 울타리만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참 무지했던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것을 먼저 시키는 대로 해 보지도 않고 그저 질문과 의문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다

 

회당의 가르침을 보면 이 진언을 곧 외우는데 법신 부처님의 설법을 듣게 되어서 이전에 잘못한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이 곧 고쳐지게 됩니다.”(진각교전 84쪽 수행문답)라고 하였다. 그래서 교도들에게 우리 수행은 인과의 이치를 알아 나의 마음을 바루고, 밝히고, 깨치는 수행이라고 말한다. 심인당에서는 마음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공부한 것을 생활하는 가정, 이웃, 사회에서 실천하시면 된다는 말을 꼭 한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듯이 우리의 수행과 신행도 마찬가지로 지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의문에 그치고, 아는 데 그치지 말고 그저 첫발부터 내디뎌야 한다. 늘 향상되고 변화된 삶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얼마만큼 바뀌고, 변화되고, 달라졌는지? 물음표와 마침표를 오가며 나에게 물어볼 일이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내게 스승이라는 자리를 허락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이제는 법계에 계신 큰 어른들이 몹시 그립고 그립다.

 

석인 정사/덕화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