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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 스푼, 감사 30그램

밀교신문   
입력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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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회복 탄력성은 어디까지인가. 나의 한계 또한 어디까지인지? 회복 탄력성의 사전적 의미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떤 불행한 사건이나 역경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여기(here)와 듣다(hear)는 영어 발음이 같다. 대인관계의 성공 여부는 지금 여기서 잘 들을 수 있는 경청능력과 공감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이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마다 각자 다른 감정과 생각, 그리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이고, 거기서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는지를. 수행자의 눈이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남들이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는 것이고, 듣지 않으려 하는 것을 듣는 것이다.

 

3월 나의 한계는 뚜렷했다. 회의 도중 가슴에 분()이 맺힐 뻔했다. 마음의 근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뿌리 깊은 분노는 어릴 적 존중받지 못한, 인정받지 못한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야운 스님의 자경문에는 삼일수심(三日修心)은 천재보(千載寶). 백년탐물(百年貪物)은 일조진(一朝塵)이라. 삼 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백 년을 탐한 재물은 하루 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그리하여 마음 닦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요즘 새삼 깨닫는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상대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일이고, 탐진치(貪瞋痴) 삼독을 여의는 일일진대 분노를 삭이지 못해 고통 속에서 산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너도 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한 마음들에 연민을 품어야 할 대상이지 결코 분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아차렸다면 악업은 덜 지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내 가슴에 한이 맺히는 게 아니라/ 이슬이 맺혀서 다행이다/ 해가 지고 나면/ 가슴에 분을 품지 말라는/ 당신의 말씀을 늘 잊지 않았지만/ 언제나 해는 지지 않아/ 가슴에 분을 품은 채 가을이 오고/ 결국 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길을 걸을 때/ 감사하다/ 내 가슴에 분이 맺히는 게 아니라/ 이슬이 맺혀서 감사하다/ 나는 이슬이 맺히는 사람이다.” (정호승 <이슬이 맺히는 사람> 전문)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읽으며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 흘리는 연민의 작은 눈물방울, 참회의 눈물 한 방울,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력한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써 눈물 한 방울 속에서 희망의 등불을 본다. 내가 나이기 이전의 나와 만나는 가장 순수한 기도의 길, 참회의 눈물 한 방울이면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해탈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힘, 눈물 한 방울이면 모든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진다. 아끼지 마시라. 펑펑 우시라. 언제 맘껏 울어보았던가.

 

코로나 이후 최근 3년 동안 나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황폐화되어 갔다. 심지어 눈물은 억울하고 분이 맺힐 때만 이기적으로 울었다. 타인과 자신을 살리는 눈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생들의 고통이 안타까워서 눈물(이슬)이 맺혀야 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해 눈물이 맺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자비한 마음의 연민일 것이다. 사람이 분노하게 되면 폭력적이게 되고, 맥박이 빨라지며 불면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곤란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분노는 남도 상하게 하고 나도 상하게 한다. 누구의 말이였던가. 깨달음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과 감사라고.

 

꽃샘추위를 견디고 벚꽃이 만개하더니 봄기운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먼저 와 있다. 이 만화방창한 봄날에 내 가슴에 분이 맺히는 게 아니라 눈물(이슬)이 맺혀서 참 감사하다. 사랑 한 스푼, 감사 30그램, 그리고 이 봄날 메멘트 모리(Memento mori).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