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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아래에서

밀교신문   
입력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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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과 진각밀교의 가르침을 전해 주신 종조님오신날이 있는 오월, 참으로 우리에게는 기쁜 달이고 축제의 달입니다. 여기에 걸맞게 거리와 사찰, 심인당 마당과 도량에 우리들의 서원이 듬뿍 담긴 형형색색의 연등이 자태를 뽐내며 장엄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살님들과 각자님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찬탄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불을 밝힌 연등 아래에서 서원을 세운 적이 있나요? 간절한 소망으로 부처님을 자신이 사는 나라로 이끈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진 경험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기억이 났어요.

 

한 소녀가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을 만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갖고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아버지께 도시락을 갖다 드리는 길에 부처님을 만났답니다. 그 순간 자신이 만나기를 열망하던 분임을 알아차린 소녀는 심부름을 마친 후 꼭 법회를 들으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자신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기를 요청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왕을 비롯한 도시의 귀빈과 철학자와 구경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였습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부처님은 법을 설하지 않으시고 계속 길 쪽을 바라보았고, 마침내 소녀가 숨을 몰아쉬며 도착해서 말을 합니다.

 

조금 늦었어요. 하지만 제가 꼭 온다고 한 말을 믿고 기다려 주실 거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훨씬 더 어렸을 때 부처님의 이름을 들었고, 그 순간부터 가슴이 뛰었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부처님을 기다렸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녀의 말을 들으시고 너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나를 이 도시로 끌어당긴 것은 바로 너였다.”라고 말씀하신 후 법문을 시작하셨고, 법문이 끝난 후 소녀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날 잠자리에 들 무렵, 수제자 아난다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스승님, 가르침을 전하러 갈 때 혹시 그 장소가 스승님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나요?” 부처님은 아난다의 질문에 그대의 말이 옳다. 아난다여, 그것이 내가 법을 전하는 장소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누군가가 나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할 때, 그 간절한 마음이 내게 전해진다. 그러면 나는 그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라고 대답을 하십니다.

 

보살님들과 각자님들도 이 소녀와 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부처님을 간절히 열망하면서 환히 밝혀진 연등 아래에서 자신의 심인을 밝히는 서원을 담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자성법신과 법계법신이 하나가 되는 즉신성불의 경지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심인당 마당에서 환하게 불 밝힌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노라니 티베트고원에 나부끼는 타르초(룽다)’라는 이름을 가진 오색 깃발들이 떠올랐습니다. ‘타르초(룽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널리 퍼져 많은 사람이 해탈하기를 염원하는 티베트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보살님들과 각자님들도 자신의 서원을 담아서 공양을 올린 연등 아래에서 부처님의 법음이 널리 퍼져 모든 중생이 심인을 밝혀 해탈하기를 서원해보세요. 그러면 그 에너지가 우주 전체에 회향 되고 결국 우리에게도 다시 돌아올 겁니다.

 

행복한 오월이 되기를 서원합니다.

 

여원성 전수/실상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