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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과 ‘더 글로리’

밀교신문   
입력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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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화제작 더 글로리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봤다. 학교폭력(學校暴力)은 화제에 자주 오르고, 학교폭력을 다루는 작품들이 숱하게 있어 왔지만 이 작품만큼 파급력을 가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실에서도 더 글로리가 등장하였다. 공직에 임명된 사람의 아들과 관련된 학교폭력 가해 사건을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가해자 학생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명문대 진학을 했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컸던 만큼 정부의 대책도 비교적 서둘러 나왔다. 정부의 대책은 학교폭력 기록 보존 기간 연장과 입시 불이익 확대에 초점을 둔 바,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은 졸업 후 4년간 기록을 보존, 이를 점차적으로 대입에 필수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처벌 강화가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면 좋겠으나, ·피해자 간 사법 분쟁뿐 아니라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도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처벌이 강화될수록 가해자는 피해자를 쌍방폭력의 당사자로 만들거나, 재심과 행정소송, 조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교육기관의 처분절차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의 해당 학교 교장은 이 사건을 더 글로리처럼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이처럼 복수와 처벌만 강조한다면 화해는 요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폭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학폭 문제를 학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인 본질적 이유는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은 인격의 파괴와 신체적 안전감을 상실하게 된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등교를 거부하고, 심한 경우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며, 정신적 증세로 인해 상담기관이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경험한다. 드라마의 작가는 학폭 피해자는 폭력의 순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엄이나 명예(名譽), 영광(榮光) 같은 걸 잃게 되는데,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야 거기서부터 피해자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학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신이 건강한 온전한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생들이 방관자가 아닌, 떳떳한 신고자가 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그리고 자기성찰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인간존엄성의 회복, 평화로운 학교문화의 창조 등 진정한 인간성(人間性) 함양에 방점을 둔 교육적 노력이 더 경주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을 강조하는 교육의 변화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이루어질 때, 학교폭력 문제 또한 근본적인 해결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건희/전 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