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제796호-자연재해 대응, 인재(人災)를 막아라

밀교신문   
입력 : 2023-08-08 
+ -

올해도 어김없이 장맛비 피해가 심각하다. 자연재해의 발생을 막지는 못해도, 대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년 비슷한 피해는 반복되고 대부분 인재(人災)’로 밝혀진다. 작년 태풍 힌남노때 포항 지하 주차장 사고의 안타까운 희생을 벌써 잊었는가? 이번에 2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인재(人災)’임을 보여준다. 폭우로 지하차도 침수가 예견되었음에도 통행 통제를 하지 않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112에 신고된 지하차도 통제 요청조차도 무시됐다. 사망자가 발생했던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2014년 부산 우장춘 지하차도 사고가 다시 재현된 것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즐겁게 일을 나가던 70대 청소노동자의 희생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이날 사고 버스는 기존 노선이 침수로 통제되면서 안전한 길을 찾아 우회했다가 오히려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임시제방의 설치 기준 준수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사고 이후에야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된다고 철저한 감찰, 수사를 이야기한다. 정치권은 국회에 발의된 침수 관련 법안은 처리하지 않고, 사후약방문으로 정쟁 중이다. 공무원은 기후 변화에 맞는 안전 매뉴얼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3년 전 점검에서 침수위험 보통으로 침수위험이 없다고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미호강이 불과 400m 거리에 있고,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조건인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빗물을 빼내는 배수펌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배전반이 침수되면서 전기 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배전반이 차도 밖에 있어서 침수를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른 곳의 사정은 어떤가? 서울의 경우 침수위험 지하차도는 아직도 20곳이 있다. 이 중에서 여전히 지하에 배전반이 있는 곳이 6곳이라고 한다. 시설 구비 이전에 당장 대응이 절실하다.

 

다시 한번 전국의 관계기관에 요청한다. 구체적인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상황별 모의 대비훈련으로 대비해야 한다. 잘 만든 매뉴얼도 실전에 쓰이지 못한다면, 보여주기식 책자에 지나지 않는다. 미비한 터널 차단 시설을 마련하더라도, 수동이건 자동이건 결국 운영자의 준비된 판단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