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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고, 말하고, 알고 있는 인연은?

밀교신문   
입력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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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이야기는 내 어머니의 생, , , 사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인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양부모에게서 태어나 늙고 병들어 돌아가는 것이 삶의 기본 흐름이라 하겠다. 시골에서 녹록지 못한 시절에 태어나 민족의 어려운 시기(6.25)를 경험하고 31녀 중 둘째로 태어나 동생들을 업어 키우고 여자로 태어나 간신히 초등학교 문턱을 지나고 이후의 삶은 동생 뒷바라지에 친정 모친을 따라 집안 살림을 돕다 스무 살 중반에 주위의 소개로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제2의 인생 또 다른 인연을 만나 자신의 인연을 이어갔다.

 

갖춰진 것 없이 살다 보니 모든 일이 버겁게만 느껴지고 매일 같은 일상에서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없던 시절, 녹록지 못한 가정생활, 살림살이, 자녀들 양육도 어려웠지만 생활고에서 오는 아버지의 알코올성 가정폭력과 의처 증상을 참기가 어려워 늘 살얼음을 걷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사고로 친정의 오빠와 남동생의 이른 죽음, 아버지의 사고사로 인해 남아있는 어린 자식들과 불투명한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으리라. 그 이후 모든 시름을 벗어나 자유로울 것만 같았으나 노후에 외로움과 치매로 몇 년간의 세월을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시간을 보냈고, 죽어도 아버지 옆으로는 가지 않겠노라 말씀하셨지만 결국 장례 후 아버지 곁에 묻어 드렸고 인생의 소풍을 마감하게 되었다.

 

가르침의 이치를 믿고 실천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인연에 수순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우리는 늘 살아간다. 우리는 말한다. 좋아도 슬퍼도 괴롭고 힘들어도 인연이라고, 그렇지만 우리가 인연이라 표현하는 의미, 그 마음은 무엇일까? 삶의 도피적 입장에서의 느낌일까? 아나면 참으로 인연(인과이치)이라 느끼기에 인연이라 말하는 것일까? 회당님 말씀에 전생 인을 알려 하면 금세 받는 그것이요 내생 과를 알려 하면 금세 짓는 그것이라 모든 법은 인연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라고 말씀하고 계시지만 우리가 느끼고 말하며 생각하는 각각 개개인의 인연은 무엇일까? 운명에의 느낌을 말하는지, 숙명에의 느낌을 말하는지, 정의가 불분명할 수밖에 없음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인연이라 말한다.

 

인연(因緣)'이란 윤회와 관련이 있고, 직접 원인이 되는 ()’과 주변에서 이를 돕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는 ()’을 말하며 사물들의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관계라고 설명하며, 경에 이르기를 ()과 연()을 보는 자는 법을 본다는 가르침과 법을 보는 자는 나(佛性)를 보리라하였다. 그러므로 불교가 인연의 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를 보여 주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불교는 모든 존재의 현상 세계는 인연이 모여 있을 때 존재하고, 인연이 흩어지면 없어지기 때문에, 현상 세계를 바다 위의 파도처럼 부질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늘 인연이란 말로 세속화와 합리화하며 생활하는 것은 무슨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우리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얼마나 각각의 인연을 잘 알고 있을까? 나는 묻는다. 내가 경험하고 말하고 알고 있는 인연이 무엇인지.

 

석인 정사/덕화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