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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호-회말이취본, 근본을 세우자

밀교신문   
입력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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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라고 하면 의례적으로 지난 일들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종단은 어떤 자세로 갖가지 사회현상에 감응하고 실천하는 자세로 임했는가를 돌아볼 때이다.

 

코로나19 펜데믹에서는 벗어났지만 한꺼번에 터져 나온 사회지도층의 불법 탈법적인 행태는 국민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겨주는 두 번째 화살이 되고 있다. 덕본재말, 선후본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득권을 가진 부류에서부터 자기 이익과 자기 명예에 몰두하니 민생을 살필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인생의 시간, 즉 타이밍을 알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를 모르면 철부지다. 때를 모르는 중생을 가리켜 우리는 철부지라고 부른다. 그만큼 시의적절함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씨 뿌려야 꽃피고 열매 맺게 되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했을 때 철들었다고 말한다. 또한 철든다고 하는 것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말인데, 당연한 듯싶으면서도 쉽게 잊게 되는 진리다. 계절 바뀌고 열매 맺게 되는 자연의 섭리가 인간 사는 세상에도 똑같은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더욱 겸손해지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타인을 배려하게 되는 나이가 되면, 비로소 철드는 게 아닌가 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 세상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돌아간다. 그러므로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래야만 나의 직업관, 세계관, 종교관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숭고하고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개인이자 곧 사회이다. 흔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세상 물정 모르고 자신이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 조금은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근본을 다스리라는 말은 현상적인 형이하(形而下)의 지말(支末)로부터 밝은 안목을 가져야 비로소 높은 근본(根本)의 형이상(形而上)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은 각박해져 가고 인심은 사나워져 간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가 모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고, 사회의 모습에서 그 국가의 나아갈 바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은 흐르는데 탄식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을 다시 세워나가는 일이 급하다. 회말이취본(會末而取本)이다.